野 '경색된 한중 복원' vs 與 '삼전도 굴욕인가'(종합)

이재명 "수출로 먹고 사는 韓,
中 빼고 '저성장 늪' 벗어날 수 없어"
국민의힘 "중국 사대주의" 비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회동한 것과 관련해 "경색된 한중 경쟁력을 복원하기 위해 만났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서 싱 대사의 '중국 베팅' 발언, 여당 패싱에 대한 외교결례 논란 등이 제기되자 회동 추진의 배경에 초점을 맞춰 공세에 대응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중국 사대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이 대표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어제 저는 경색된 한중 경쟁력을 복원해서 대중 교역을 살려내고 다시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서 (싱하이밍) 중국 대사를 만나 많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중 무역 회복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최대 교역국을 배제한 채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테슬라 등 미국 주요 기업은 줄줄이 중국을 찾고 있고, 유럽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특히 미중 갈등 속에서도 경제 부문에서는 미중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지만, 핵심 전략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적 영역에서는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고위 관료들이 중국과 경제협력을 확대 강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방치한 수출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민주당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도 국민 고통에 좀더 민감하게 반응해주길 새삼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전일 이 대표는 싱 대사의 초청을 받아 서울 성북구 중국대사관저에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싱 대사는 "(한국 내)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은데,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고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며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강한 반감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집권 여당과의 회동은 이 대표와의 만남 뒷 순서로 배정해 의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회동에 대한 불만을 이 대표를 향해 전달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어제 이 대표와 싱 대사와의 회동장면은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했다"면서 "대한민국의 제1야당 대표가 한중 관계 악화 우려의 책임을 일방적으로 한국에 돌리는 싱 대사 발언에 침묵하는 것은 물론, 일장 훈시만 듣고 있었던 것을 과연 국민께서 어떻게 보았을까 의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와 싱 대사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공동 대응을 논의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민주당이 괴담과 가짜뉴스를 쏟아내고 중국대사까지 끌어들여 쇼를 벌이는 것은 돈 봉투 게이트, 김남국 코인게이트에서 국민 시선을 돌리려는 정략"이라고 밝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윤 원내대표는 또 "중국의 55개 원전은 대부분 우리 서해와 맞닿아 있는 중국 동쪽 연안에 몰려 있고, 여기서 배출되는 삼중수소의 양은 후쿠시마 배출량의 50배에 이른다"며 "후쿠시마 방류수가 4~5년 뒤 한국 해역에 도착할 때가 되면 삼중수소는 17만분의 1로 희석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은 일본보다 중국에 먼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싱 대사가 야당 대표를 먼저 만나 관저 만찬을 가졌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반대한다고 했다’는 말이 나오자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 또한 이날 회의에서 "싱 대사가 마치 구한말 우리나라에 온 청나라 위안스카이처럼 막말을 쏟아냈다"며 "우리 정부를 비난하고 심지어 조롱까지 했는데 이는 오만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대표가 맞장구를 쳐가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공동대응 운운까지 했다"며 "구한말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신문명의 바람을 외면하고 청나라 나아가 러시아까지 기댄 결과 어떻게 됐나. 이 대표의 모습에서 구한말 나라를 망하게 만든 수구봉건사대부를 연상하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이 대표에게 묻는다. 중화 사대주의가 당신의 본심인가"라며 "당신은 어제 한 처신이 제1당 대표로 합당하다고 보는가"라고 강조했다.

정치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정치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정치부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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