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필터버블' 방지법으로 기사배열 투명화돼야

與 기사배열 시정 법안 상정
"알고리즘 비밀주의가 외부검증 부추겨"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뉴스의 기사배열 알고리즘을 공개하는 문제가 국회 차원에서 공론화될 전망이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신문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할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정희용, 김남국 등 여야 의원들이 이와 유사한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지만 모두 현 정부 출범 이전에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가 '추천 알고리즘이 야기하는 확증 편향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김 의원 법안이 사실상 현 정권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의원의 신문법 개정안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기사배열을 손봐야 하고, 이를 위해 인터넷뉴스진흥위원회라는 별도 기구를 설립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위원회를 통해 배열 방침과 기사공급 과정 등에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정을 권고하도록 한 것이다.

기사배열 방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 위상을 감안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5.1%가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으며, 특히 20∼40대의 인터넷 포털 이용률은 90% 이상으로 텔레비전 이용률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영향력에 비해 뉴스 노출에 대해선 이용자들이 아는 바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는 뉴스배열 원칙이 설명돼 있지만 "최신성, 충실성, 독자성 등을 기반으로 형성된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추천한다"는 식의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다. 특정 언론사가 단독으로 쓴 기사가 따라 쓴 다른 언론사의 기사에 비해 밀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구체적인 로직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고 보긴 어렵다. 한마디로 기사를 써서 포털에 제공해도 어떤 과정으로 독자에게 노출되는지를 언론사 입장에서는 전혀 가늠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알고리즘 의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른바 '필터버블' 현상 때문이다. 필터버블은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발생하는 문제를 말한다. 뉴스의 정치적 의도에도 불구하고 이용자가 무의식적으로 접해 의식에 부지불식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최근 국민의힘 포털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포털 뉴스 편집 및 댓글 노출 알고리즘 기술의 세부 로직, 가중치 항목 등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운영자의 정치적 성향, 회사의 부당한 수익 창출 유혹 등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고리즘 공개는 결국 포털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수순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올 들어 양 포털의 페이지뷰는 급격히 하락하면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빙이 생성형 AI를 무기로 꺼내든 상황에서 대응방안도 마땅찮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뉴스배열 원칙을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포털이 영업비밀을 공개하지 않고 자초한 측면이 있다" "외부 검증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난달 포털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잠정중단 결정으로 인터넷뉴스의 자정기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제평위 활동에도 뉴스의 품질 문제는 여전했다. 알고리즘 불신 탓에 따라 쓰고 베끼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투명한 공개가 오히려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

디지털편집부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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