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女선수 '난 논란이 되고 싶다…비집고 들어갈 틈 만들 것'

국내 최초 도민체전 '출사표'
해외 체육계선 이미 '뜨거운 감자'

국내 최초로 성전환 여성 선수가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에 출전한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철원에서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운영 중인 나화린(37)씨가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키 180cm, 몸무게 72kg, 골격근량 32.7kg의 신체조건을 가졌다.

그는 지난해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성별은 현재 여자이고,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도 2로 바뀌었다. 여성부 출전에는 성별 외에 아무런 제한이 없어 나씨의 출전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

국내 최초로 도민체전에 도전하는 성전환 여성 선수 나화린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나씨는 지난 2012년 열린 제47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 사이클 남자 일반1부 1km 독주와 4km 개인추발 등 4개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 이번 주말 강원도 양양에서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전 사이클 경기에서는 3종목 여성 부문에 참가한다.

나씨는 대회 출전 목적을 묻는 말에 "나는 논란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상을 받으면 대중의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결국 명예로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남자였다가 여자인 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나는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차별이 아닌 구별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남녀로 딱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 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씨가 이번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면 전국체전 출전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전국체전 역시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녀' 외에 다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나씨는 "만약 나의 전국체전 출전이 누군가의 자리를 뺏는다면 깊이 고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꺼이 그 무대를 밟겠다"라고 전했다.

성전환 선수, 해외 체육계선 이미 '뜨거운 감자'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여자 자유형 500야드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한 트랜스젠더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성 소수자의 체육대회 출전은 이미 해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영국에서는 트랜스젠더 사이클 선수 에밀리 브리지스(21)가 국제사이클연맹(UCI)으로부터 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고 호르몬 치료를 받으며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고 있던 브리지스는 다른 여자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이유로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이처럼 남성의 몸으로 사춘기를 겪으며 더 많은 근육과 힘을 갖게 된 성전환 여성이 기존 여성부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어 해외 체육계는 성전환 여성의 여성부 출전에 여러 규정을 추가하거나, 출전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있다.

또 실제로 미국 일부 주 정부는 성전환 운동선수의 여성부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지난 4월 캔자스주 의회는 '여성 스포츠 평등법'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캔자스주 하원의 공화당 지도자들은 성명을 통해 "여성 스포츠 평등법은 여성 학생 운동팀 팀원을 생물학적인 여성인 이들로 제한함으로써 여성 운동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슈2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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