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기자
"피고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재판장)
"어….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조심하겠습니다."(피고인)
최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4층의 항소심 법정 피고인석에 선 20대 초반의 남성 김모씨가 이같이 최후진술을 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2021년 4월18일 서울 송파구 길거리에서 만난 동문 최모씨를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시 김씨는 "학창 시절 나를 괴롭혔던 사실에 대해 사과하라"고 요구하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김씨는 최씨의 멱살을 잡고 뺨을 때렸다. 주먹으로 턱을 가격하기도 했다. 최씨는 턱뼈 골절 등으로 6주가량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검찰은 상해 혐의로 김씨를 재판에 넘겼다. 학교 폭력의 피해자였다가 이번 상해 사건의 가해자가 된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앞서 1심은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 범위(징역 6개월~2년6개월)보다 가벼운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 최씨가 일방적으로 심하게 폭행을 당해 매우 심하게 다쳤고,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것 같다"며 "피해자가 피고인을 용서하지 않았고,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탄원하고 있다. 아무런 피해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어머니가 파산면책을 받는 등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고, 어머니를 부양해야 한다"며 김씨를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법정구속은 피고인이 1~2심에서 집행유예 없는 실형 선고를 받았을 때, 재판장이 법정에서 영장을 발부해 피고인을 구속하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2021년부터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위험성 등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만 선고 즉시 법정구속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언제 구속될지 모를 위기에 처한 김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1심 선고 후 1년여 만에 열린 항소심에서 김씨의 국선변호인은 "피고인의 아버지는 1심 재판이 진행되던 도중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엔 가족이 침수 피해를 겪어 경황이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한 "불우한 상황 속에서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합의금 1500만원을 주고 합의했고, 피해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김씨도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재판부에 고개를 숙였다.
반면 검사는 1심의 실형 선고를 유지해달라고 2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2심 심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강희석 부장판사)는 오는 9일 김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