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선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윤 대통령 취임 후부터 대외협력특보를 맡아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 수석이 유력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대통령실은 한상혁 위원장에 대한 공소장과 청문 자료를 인용해 "한 위원장은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평가 점수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방송통신위원회 담당국 ·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그 의무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나아가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실무자의 보고를 받자 "미치겠네. 욕 좀 먹겠네"라고 말한 점을 사례로 들며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정성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은 공무집행 방해(형법 제137조 위반), 직권 남용(형법 제123조 위반), 허위 공문서 작성(형법 제 227조 위반) 등도 면직 처분 사유로 적시했다.
한 위원장은 면직 처분 불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이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월 임기 만료 이후에도 면직의 타당성을 놓고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위원장을 국무회의 참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업무보고도 서면으로 받았다. 한 위원장은 "인정할 수 없다"면서 "면직 처분 취소 청구, 효력 정지 신청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다음 달 새 방통위원장 인선을 발표하고, 8월부터 임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후임 방통위원장에는 이동관 전 수석이 유력하다. 다른 경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전 수석은 이명박(MB) 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역임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특별고문을 맡기도 했다.
한 위원장의 면직으로 방통위는 3인 임시 체제로 운영된다. 방통위원은 여권 추천 인사인 김효재·이상인 위원과 야권 추천 인사인 김현 위원 등 3명이 남았다. 김효재·김현 위원 임기는 8월 23일까지다. 이들 중 위원장 직무대행은 연장자인 김효재 위원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힘 추천 인사였던 안형환 전 부위원장 자리는 현재 공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한 최민희 전 의원 임명 건이 보류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통위가 진용을 꾸리면 정부의 방송 개혁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장제원 위원장은 "방송·통신 분야에 공적 책무를 바로 세워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