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산책로 '개조심'…철거명령에도 '간첩 막는 것'

개 사육장 주인 "북한 침투 경로될 수 있어"
주민들 "미관상 좋지 않고 안전 우려" 신고
도봉구청 측, 이달 두 차례나 철거 명령

서울 도봉구 북한산국립공원 산책로에 개 사육장이 자리잡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도봉구청 측에서는 철거를 명령했으나 사육장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편과 공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신을 군인 출신이라고 밝힌 개 사육장 주인 A씨는 1968년 1·21 무장 공비 침투사건 이후 이곳이 북한군 침투 경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개를 사육하고 있다.

개 사육장 주변에는 먼지가 쌓인 개집과 쓰레기 등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자물쇠로 출입이 막힌 철조망 너머로 '위험! 개 주의' 등의 문구가 걸려있다.

서울 도봉구 북한산국립공원 산책로에 있는 개 사육장이 논란인 가운데 주인 A씨는 "간첩을 막기 위해 개를 사육했다"고 주장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인근 주민들은 A씨가 기르는 개들의 안전과 건강이 우려되고, 등산로의 시야를 가려 불편한 것은 물론 미관상도 좋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토지를 소유한 산림청을 비롯해 도봉구청, 북한산 관리사무소 등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씨는 "국가 안보를 위해 수십 년째 이 지역을 지켜왔다"면서 막무가내로 개 사육장을 유지하고 있다.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주민들 지적에 A씨는 "누군가가 버려두고 간 개들을 데려와 돌봐주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북한산 관리사무소 등 관련 기관은 이를 무단 점유로 규정하고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산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산림청에서 국유재산관리법에 따라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 구조물 철거 등 요청이 들어오면 협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도봉구청도 이달 A씨에게 철거를 명령을 두 차례나 했다. 도봉구청 측은 관내 전역에서 허가받지 않은 가축 사육을 금지한 조례에 따라 A씨에게 철거를 요구했다. 구청 관계자는 "다음 달 말까지 철거 명령에 불응할 경우에는 경찰 고발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봉구청 동물복지팀 관계자는 "동물 학대가 의심된다는 민원이 여러 차례 들어왔지만, 동물보호법상 학대는 도구를 이용해 상해를 입히거나 죽이는 경우여서 A씨에게 적용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슈2팀 이보라 기자 leebora11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