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전쟁 2막]①현대카드 부상·삼성페이 유료화…지각변동 시작

애플페이 덕에…현대카드 신규회원 급증
불안한 빅테크…합종연횡 가속
카드사도 긴장…"수익성 확보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애플페이가 상륙하면서 신용카드 및 간편결제 시장에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현대카드가 신규 회원 유치 효과를 톡톡히 보는 한편, 삼성페이와 네이버, 카카오 간의 합종연횡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무료였던 삼성페이마저 유료화 수순을 밟으며 카드사와 빅테크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대카드 신규회원↑…애플페이 효과 톡톡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16만6000명으로 나타났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가 11만명대인 것과 비교하면 5만명가량 더 많은 이들이 현대카드로 몰렸다. 애플페이를 홀로 들여온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3월에도 신규 회원 수가 20만3000명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3~4월에 유입된 신규 회원 수는 36만9000명으로 같은 기간 KB국민카드 26만7000명, 신한카드 25만5000명, 삼성카드 24만3000명을 크게 앞질렀다. 애플페이가 출시된 시점이 지난 3월21일인 점을 감안하면 마지막 주부터 급격히 발급 신청이 몰린 것이다. 지난달 전월 대비 국내 개인 이용금액 증가율(현금서비스, 카드론 제외)도 현대카드가 34.9%로 신한(34.6%), 삼성(30.8%), KB국민(33.8%) 등 다른 대형 카드사를 모두 웃돌았다.

애플페이 효과가 커지면서 삼성페이도 움직였다. 삼성전자가 최근 카드사들에 기존 수수료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삼성페이를 무료로 사용하는 단체 계약을 맺고 매년 연장해 왔다. 삼성페이의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방식 결제 기술에 대한 로열티만 지급했을 뿐이다. 삼성페이 계약 연장 종료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유료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페이처럼 삼성페이가 결제 건당 수수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애플페이는 결제 건당 0.15%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편 인식 퍼질라…다급해진 빅테크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빅테크들의 '토종' 페이들도 다급해졌다. 안정적인 온라인 결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확장을 추진 중이었지만 애플페이 등장으로 제동이 걸린 것이다. 현 상황에서 애플페이 규모 자체는 큰 부담은 아니다. 이미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서 막강한 지배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당장 수익성이 우려될 사안도 아니다.

문제는 애플페이가 상륙하면서 애플, 안드로이드 등 거의 모든 스마트폰으로 비접촉 간편결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애플페이와 삼성페이는 별다른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할 필요 없이 간편하게 구동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 방식이다. 이들이 보편화되면서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QR결제 기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들의 스마트폰 잠금해제, 앱 실행, 결제 기능 선택, QR코드 인식과 같은 사용 과정이 '불편함'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 회장(상명대 경영학부 교수)은 "단순 결제액 등의 수치보다 이같은 인식 변화가 간편결제 시장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페이가 최근 삼성전자와 손잡고 삼성페이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협업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1회 결제 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네이버페이포인트 2회 지급 등 공격적으로 판촉행사도 진행 중이다. 카카오페이 역시 삼성페이와의 협업을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수수료 문제에 고심 빠진 카드사

여전히 불확실한 경기에 대비해 건전성과 수익성 관리에 힘을 쏟고 있던 카드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현대카드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수수료 부담을 감수하고 애플페이 제휴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페이마저 결제 건당 수수료를 요구하면 비용 지출이 대폭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아가 다른 간편결제 업체들도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다면 수익은 더욱 줄어들 수 있다.

이미 카드사 실적 부진은 올해 1분기부터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5.2%), 삼성카드(-9.5%), 현대카드(-7.9%) 등 상위권 카드사의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줄줄이 감소했다. 3~4위권인 KB국민카드는 지난해 1분기보다 31% 감소했다. 하나카드(-63%), 롯데카드(-40.5%), 우리카드(-46.3%) 등의 감소 폭은 더욱 컸다. 지난해 시장 금리가 급등하면서 조달비용이 불어났고 연체율도 오르면서 대손충당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업계 관계자는 "애플페이 파장이 카드사, 간편결제업체는 물론 삼성전자같은 스마트폰 제조사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했다.

경제금융부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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