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청와대가 역사와 문화, 자연이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지난달 31일 대통령실로부터 청와대 관리를 위임받은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운영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궁극적 목표는 주변 역사·문화 자원과 북악산 등을 연계한 세계적 관광 랜드마크다. 풍광 위주 관람에서 벗어나 동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유와 연대의 국정 철학과 약자 프렌들리 정신에 기반해 콘텐츠를 운용한다. 민관협력을 기반으로 MZ세대 참여도 유도한다. 새롭고 차별화한 콘텐츠로 관람 패러다임을 바꿀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대통령 역사, 문화예술, 문화재, 수목 등 네 가지 핵심 콘텐츠와 관련한 전시, 공연, 탐방 프로그램을 준비해 독보적인 흥미를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공을 들이는 프로그램은 대통령 역사 특별 전시다. 본관을 중심으로 역대 대통령의 삶과 철학을 전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기존 대통령 전시의 기시감과 결별하는 관람이 되도록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대정원, 녹지원, 헬기장, 소정원 등 야외에선 K-컬처의 정수를 느끼고 지평을 확장할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한다. 개방 1주년 특별음악회를 비롯해 국립국악원의 사철사색 연희 공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클래식 음악회, 국악방송의 K-뮤직 페스티벌, 국립오페라단의 K-오페라 갈라, 국립극장의 전통무용과 국악관현악 공연 등이다.
청와대를 친숙하게 재발견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대통령의 나무들'과 '숨은 나무 찾기'가 대표적 예.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굴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곁들여 관람객이 정원을 제대로 감상하도록 돕는다. 청와대 일원에는 대통령 기념식수 서른다섯 그루를 포함해 나무와 꽃 5만여 그루가 있다.
문체부는 장애인, 어린이, 국가유공자 등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시작은 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에 춘추관에서 진행하는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 공연. 지난해 9월 장애 예술인 미술 특별전시회에 이어 장애인 프렌들리 정책의 연장선에서 기획했다. 한정된 장소에 소수 어린이만 초청해 진행해 온 어린이날(5월 5일) 행사는 규모를 대폭 키운다. 대정원, 녹지원, 헬기장 등에서 다채로운 체험 행사를 열어 많은 어린이가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6·25, 광복절 같은 기념일에 참전용사, 독립유공자 같은 영웅들의 가족을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세계적 관광 랜드마크 조성은 MZ세대에게 맡긴다. 청와대 인근 역사·문화 자원과 북악산을 엮어 다양한 테마형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소개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보다 역동적인 실행방안이 도출되도록 한다는 구상"이라며 "조만간 MZ세대를 주축으로 10대 관광코스를 소개하는 청와대 권역 관광클러스터 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통령실 청와대관리활용자문단은 최근 청와대의 보존·관리·활용 기본원칙을 ‘역사성과 상징성의 보존과 구현’, ‘국가성장 중심지로서 역할과 정체성 존중’, ‘정체성과 품격에 맞는 지속 가능한 콘텐츠 제공’으로 정했다. 청와대 권역을 '역사·화합의 공간', '소통·문화의 공간', '자연·휴식의 공간'으로 나눠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연계권역인 사랑채를 개선하고 주변의 풍부한 역사·문화 자원과 연계해 세계적 역사·문화관광 중심지로 만들자고도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통령실, 문화재청 등과 협력해 청와대 관리 활용에 관한 후속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발표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