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분기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주요 산유국들로 구성된 OPEC+의 감산 발표로 국제유가가 6% 이상 치솟으며 에너지 관련주의 랠리가 특히 두드러졌다. 유가 상승세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키워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셈법이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졌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27포인트(0.98%) 상승한 3만3601.1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5.20포인트(0.37%) 오른 4124.51을 기록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2.45포인트(0.27%) 하락한 1만2189.45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에서 에너지, 헬스케어, 소재, 금융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인 반면, 부동산, 유틸리티, 임의소비재, 기술 관련 주는 하락했다. 특히 전날 OPEC+가 5월부터 감산을 예고하면서 에너지 관련주의 오름폭은 5%에 육박했다. 셰브런의 주가는 전장 대비 4.16% 이상 뛰어 이날 다우지수 상승세를 견인했다. 엑손모빌은 5.90%, 옥시덴털 페트롤리엄은 4.40% 상승 마감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4.57%) 등 건강보험사들의 주가도 규제 당국의 개인용 메디케어 플랜 환급률 발표 이후 오름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테슬라는 전날 공개된 1분기 차량 인도량(42만2875대)이 월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추가 가격 인하 가능성이 대두하자 주가가 6%이상 내려앉았다. 리비안 역시 1분기 차량 생산 및 인도량이 전분기 대비 감소하고 월가 기대를 하회하면서 1.61% 하락 마감했다. 메이시스는 JP모건이 목표주가를 상향하면서 7% 이상 올랐다.
이날 투자자들은 OPEC+의 깜짝 감산 발표에 이은 국제유가 움직임, 경제 지표, 향후 금리 정책 등에 미칠 여파를 주시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6.28% 오른 배럴당 80.4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작년 4월12일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국제 원유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역시 6% 상승한 배럴당 85달러선 안팎에서 움직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최고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감산 결정에 따라 올 연말과 내년 말 브렌트유 전망치를 각각 배럴당 95달러, 100달러로 5달러씩 상향한 상태다. 경제매체 CNBC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최근 은행권 불안에 이어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며 글로벌 경제에 추가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Fed의 금리셈법이 더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라이스태드 에너지의 빅터 폰스포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붓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매파적인 금리인상 스탠스를 촉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한층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피닉스캐피털 역시 이번 감산 결정을 "인플레이션의 문제"라고 평가하며 "인플레이션 지표상 지난 12개월 동안 하락한 항복은 에너지가격과 중고차뿐"이라고 짚었다.
Fed 내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OPEC+의 감산 결정은) 놀라운 일이었다"며 "유가는 변동이 심해 정확히 따라잡기 힘들다. 일부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낮춰야 하는) Fed의 일을 조금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장에서도 Fed가 5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좀 더 강화된 상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56%이상 반영하고 있다. 전날 48%대보다 높아진 수치다. 금리 동결 전망은 43.6%다.
반면 일각에서는 Fed가 주로 주시하는 물가지표가 변동성이 높은 유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라는 점에서 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도 나온다. 이날 유가가 급등했지만 향후 원유 수요 불확실성 등에 따라 상승세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날 공개된 지표는 부진했다. 미국 3월 ISM 제조업 PMI는 46.3으로 5개월 연속 기준선 50을 하회했다. 전월의 47.7은 물론, 다우존스 추정치인 47.3보다도 낮다. CNBC는 이러한 수치가 3년 만에 최저이며 물가, 고용 등 하위 지수도 모두 50을 밑돌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2월 건설지출 역시 계절 조정 기준으로 전월보다 0.1% 감소하며 월가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콴트 인사이트의 휴 로버츠 분석책임자는 "전체적으로 약하고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약세 진영을 위한 탄약"이라고 평가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부진한 경제지표를 확인한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3.41%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3.96%선으로 떨어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전장 대비 0.4%이상 낮은 102선을 나타냈다.
이번 주에는 Fed의 통화정책 결정에 여파를 미칠 수 있는 미국 3월 고용지표들과 구매관리자지수(PMI ) 발표, ADP 급여보고서 등 주요 지표들도 줄줄이 예정돼있다. 월가에서는 오는 7일 예정된 고용보고서에서 3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24만명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월 31만1000명에서 추가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실업률은 전월과 동일한 3.6%로 예상하고 있다.
제레미 시걸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는 CNBC 스쿼크박스에 출연해 "Fed의 최근 경제전망은 연말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의미한다"며 "증시가 낙관적이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츠테카 전략가 역시 올해 남은기간 약세장을 예상하며 증시 비중 축소를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