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희귀질환자 0.1%와 건보의 역할

‘0.1%’.

2020년 한해 국내 총인구 대비 희귀질환 판정을 받은 사람의 비율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원인 모를 증상으로 큰 고통을 겪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든다. 잘못된 진단이 내려지기도 한다. 한국은 희귀질환에 대한 정보와 진단 체계가 부족하다.

진단이 늦어도 살아갈 수 있는 질환도 있지만 한 두해를 넘기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척수성 근위축증(SMA)은 신체 내장근육마저 서서히 빠져 나중엔 움직이기도 숨쉬기도 어려운 선천성 희귀질환이다. 1형이 병세가 가장 빠르다. 1형의 아기는 생후 4개월 이내 진단을 받고 12개월 내 치료제 투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진단을 받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아기가 또래보다 울음소리가 작고 눕혔을 때 팔다리의 움직임이 더디다는 사실을 부모가 알아야 병원에 간다. 막상 병원에 가면 아기가 앓는 질환에 대해 잘 아는 의사를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잘 모르겠다"거나 "큰 병원으로 가라"며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의료진의 말을 듣기도 한다. 기자가 만난 희귀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정확한 진단이 되고 치료제가 있는 희귀질환에 대해선 국가가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진단이 되더라도 치료제는 있는지 급여는 되는지, 희귀질환의 질병코드가 등록은 돼 있는지 따져야 한다. 병의 고통만큼이나 치료 과정도 고달픈 셈이다. 건강보험은 국민 모두가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다. 재정건전성도 중요해진 시기다. 희귀병을 앓는 이들 모두에게 건보 혜택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소수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더 귀를 기울여 정책적 대안을 찾아 건보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변선진 바이오헬스부 기자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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