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를 기점으로 올해 글로벌 관광 수요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사다난했던 지난 3년을 보낸 항공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한층 커진 상황이지만 정작 업계는 공급망 여파 등으로 항공기 부족에 시달리면서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UNWTO)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코로나19 유행 이전 수준의 80~95%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UNWTO가 추정한 지난해 국제 항공편을 이용한 승객 수는 9억1700만명으로 전년 대비 두 배로 증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이전보다는 63% 수준이었다.
올해 관광 확대를 주도하는 건 아시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유럽과 중동은 팬데믹 이전 승객의 80%대 수준까지 회복했고 미주 등도 60%대로 올라섰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3% 회복에 그쳤기 때문이다. UNWTO는 중국이 최근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폭 완화한 만큼 올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광 산업이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아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중국발 여행객에게 입국 규제를 적용한 데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가까운 여행지를 선호하고 여행 기간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어 관광 업계의 회복이 급격히 일어나진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세계 2위 항공기 임대 업체 아볼론도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6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항공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아시아가 올해 성장세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볼론은 "요즘 항공사가 추가하는 좌석 2개 중 1개는 아시아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항공기 확보다. 관광객이 늘면서 항공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만큼 지난해부터 항공사들은 항공기 마련에 분주하게 나섰다. 하지만 항공기 제조업체인 미국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가 공급망 문제로 1년 이상 항공기 생산 자체에 차질을 빚으며 제 시기에 항공기를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보잉과 에어버스의 신규 항공기 인도는 평균적으로 3~6개월 정도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15~18일 영국 항공기 금융 전문 매체인 에어라인이코노믹스가 주최하는 콘퍼런스에서는 항공 업계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CNBC방송 등에 따르면 항공업계의 거물로 불리는 항공기 임대업체 ALC의 스티븐 우드바 헤이지 회장은 콘퍼런스에 제조업체들의 예측이 크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항공기 임대 업체인 에어캡의 애너스 켈리 CEO도 같은 자리에서 "변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제조업체들이) 본인들이 생산할 수 있을 거라고 지나치게 낙관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켈리 CEO는 지난 9일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1년간 570개의 임대 계약을 체결해 사상 최대 수준의 항공기 수요를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계약을 맺은 항공기는 주로 올해와 내년에 인도돼 사용된다. 켈리 CEO는 "만약 항공사들이 볼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수요가 없었다면 이렇게 많은 임대 계약이 있진 않았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 수요 예측이 가능했다는 이러한 지적에도 보잉과 에어버스는 현재의 생산 차질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영향부터 공급망 문제와 갑작스러운 여행 수요 반등까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항공사들은 오래된 항공기를 수리하면서까지 고객을 맞을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지난 12일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루프트한자는 제조된 지 20년 된 에어버스SE A340 항공기 5대를 다시 들여와 여름 성수기에 앞서 일등석 좌석을 준비, 제공할 계획이다.
이미 대한항공을 비롯해 콴타스항공, 에티하드항공, 싱가포르항공 등도 유지 비용이 많이 들어 퇴출 위기에 놓였던 초대형 항공기 에어버스 A380을 이미 항공편에 투입한 상태다. 2021년 A380과 보잉 747점보의 사용을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한 타이항공도 2024년 A380을 다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