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외계인 언니가 생겼다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 편집자주

온 가족이 떠난 우주여행에서 외딴 행성에 불시착하며 시작되는 외계인 언니와 동생의 여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미소’와 외계인 언니 ‘얀’의 불편한 동행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구에 파견 나온 동료 외계인 부부가 사고로 목숨을 잃자 그의 딸을 입양하면서 가족이 된 얀. 이후 네 가족이 떠난 여행길에서 사고에 휘말리며 자매만 외딴 행성에 떨어지는데, 알고 보니 그곳은 얀의 고향 안키노스. 불시착한 행성으로부터 벗어나 지구로 돌아오기 위한 미소와 그녀를 돕는 언니 얀은 결국 끈끈한 자매애를 회복한다. 이재문 작가의 첫 SF 장편동화.

자꾸 삐딱하게 굴면 용돈을 끊어버린다고 한 건 엄마다. 일방적으로 가족여행을 계획한 것도 엄마다. 내가 가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핑계만 대더니, 얀이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니까 가는 걸 누가 모를까 봐?

“엄마 아까부터 많이 참고 있어.”

누가 할 소릴?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참고 있는 거라면 엄마보다 내가 백배는 더할 거다. (21쪽)

나도 인정한다. 얀에게 모질게 굴고 있다는 걸.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내게도 이유는 있다. 엄마 아빠는 얀이 오고부터는 내게 작은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저 얀이 바뀐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만 신경 썼다. 얀이 엄마 아빠 사랑을 전부 가져가 버린 건 아닐까? (26쪽)

어릴 때부터 언니가 있었으면 했다. 그러나 얀을 직접 만나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언니도 언니 나름이지, 얀은 내가 바랐던 언니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편견을 가져선 안 되지만, 쉽지 않았다. 외모부터가 그랬다. 특히 프로텍트스킨 때문에 듣고 말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어딘가 어리숙해 보였다. (27쪽)

동갑내기를 언니로 받아들여야 하는 열두 살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적어도 우리 학교에는 없다. 인생 최대의 불청객 얀. 작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얀의 출현은 내 일상을 위태롭게 흔들었다. (29~30쪽)

크래시홀이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크래시홀은 생성 가능성이 극히 낮아 우주여행 중 맞닥뜨릴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가능성이라도 내게 일어났다면 그건 100퍼센트 가능성이 되는 법. 사고란 원래 그렇게 일어난다. (39쪽)

언니는 외계인 | 이재문 글·김나연 그림 | 224쪽 | 허블 | 1만2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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