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물가상승세 둔화·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달 연속 하락했다. 금리수준 전망은 시장금리가 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늘면서 하락폭이 역대 두번째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1월(4.2%)보다 0.4%포인트 낮은 3.8%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대로 내린 것은 지난 6월(3.9%) 이후 처음이며, 지난 5월(3.3%) 이후 가장 낮았다.
향후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8월(4.3%), 9월(4.2%) 두 달 연속 하락한 뒤 10월(4.3%) 상승했으나 11월(4.2%) 한달 만에 하락 전환한 뒤 이달에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현재 물가에 대한 인식은 지난 10월부터 공공요금 인상·외식서비스 등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 반해 기대인플레는 소비자들이 생활물가와 관련된 농축산품·석유제품 등의 가격이 안정되면서 하락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5.7%에서 11월 5.0%로 큰 폭 하락하고 환율도 하락하면서 기대인플레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12월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9.9로 11월(86.5)보다 3.4포인트 상승하면서 3개월 만에 반등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주요 개별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숫자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의미다. 황 팀장은 "수출 부진,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으나, 양호한 고용사정이 지속되는 데다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면서 전월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33으로 전월보다 18포인트나 급락하면서 역대 두번째 하락폭을 나타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11월), 코로나19 사태(2020년 3월) 당시 20포인트 하락해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지수는 ‘현재와 비교해 6개월 후 금리’가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웃도는데 이를 감안할 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62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 7∼11월 다섯 달 연속 역대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이 확대되고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이달에도 낮은 수준을 지속했다. 황 팀장은 "아파트 매매가격 하락폭이 계속 사상최대를 찍으면서 확대되는 상황이어서 주택가격전망지수가 8개월 만에 반등하기는 했지만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면서 "거래나 매매수급지수 등을 봤을 때 하락폭이 확대되는 국면이라 더 지켜봐야 하고, 금리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취업기회전망지수는 70으로 숙박음식업 중심으로 대면서비스 부문의 고용지표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전월 대비 4포인트 상승했다.
현재경기판단지수(51)와 향후경기전망지수(62)는 전월 대비 각각 5포인트, 8포인트 상승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