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미기자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졸업식 연설을 하다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미국 공립대학 총장이 사과했지만 거센 후폭풍에 직면했다.
논란의 행동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퍼듀대학 노스웨스트 겨울 학위수여식 도중 나왔다. 이 자리에서 한 축사자가 "창의적 언어를 시도해보라"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하자 토마스 키온 퍼듀대학 노스웨스트 총장은 아시아계 말투를 조롱하듯 따라했다. 그는 뜻을 알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낸 후 "내 아시안 버전 (창의적 언어)"이라고 했다.
해당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으로 퍼지면서 인종차별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에 키온 총장은 "당시 발언이 공격적이며 무감각했다"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결국 퍼듀대 이사회는 키온 총장에게 공식 견책 처분을 내렸다. 23일 CNN에 따르면 이사회는 전날 성명을 내고 "키온 총장의 발언은 극도로 공격적이고 무감각할 뿐 아니라 형편없는 수준의 즉흥적인 웃음 유발 시도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축하와 화합의 분위기로 기억되어야 할 졸업식장에서 용납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유사 사건 재발 시 해고를 포함해 추가 중징계를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퍼듀대 교수진과 학생들은 이사회가 충분하지 않은 대응을 하고 있다며 키온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토머스 로치 퍼듀대 노스웨스트 교수 평의회 의장은 대학 이사회를 오만하고 완고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키온 총장 해임을 요구하는 교수진을 모독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퍼듀대 교직원 상당수가 키온 총장을 불신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퍼듀대 노스웨스트 교수 평의회는 키온 총장 불신임안을 표결에 부쳐 135 대 20으로 가결한 바 있다. 약 87%의 교직원이 키온 총장 불신임에 투표한 셈이다.
콜레트 모로우 영문과 교수도 "이사회가 상황의 심각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학생 모두에게 안전한 학습 공간을 제공하는 대학의 능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고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을 존중하는 대학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해 지식과 경험을 겸비한 총장이 필요하다. 키온 총장 해임에서부터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