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10% 떨어지면…임대인 3.7% 보증금 못 돌려줘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부동산 경기 침체로 전셋값 하락세가 커지면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 확대로 유동성·신용 리스크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전셋값이 10% 하락했을 때 임대인의 3.7%는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힘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은행은 22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최근 주택 임대차 시장 여건 변화가 가계대출 건전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전셋값은 지난 6월 하락 전환된 이후 내림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반면, 월세는 상승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실수요자의 임차 자금 조달 부담 감소와 갭투자 유인 축소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단기간에 전셋값이 급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 가중으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은이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활용해 전셋값 하락 시나리오별 보증금 반환 능력을 분석한 결과, 전세보증금이 10% 하락할 때 전세 임대 가구의 85.1%는 금융자산 처분만으로, 11.2%는 금융자산 처분과 함께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임대인의 3.7%는 금융자산 처분과 추가 차입을 통해서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 하락분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임대인 가구당 부족한 금액은 평균 약 3000만원에 달했다.

또 한은은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전세자금대출 이자 부담 확대로 최근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증대하고 있는데, 이는 월세가격 상승 압력을 키워 기존 월세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최근 부동산 수요 둔화와 가격 하락이 기존 전세자금대출 상환 촉진 등을 통해 대출의 증가 속도를 둔화시켜 가계부채 누증 완화에는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이 전반적으로 양호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그 위험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정부가 임대인의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등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전세자금대출이 임대인의 갭투자 자금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전세자금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일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남산에서 본 서울 아파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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