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럽연합(EU)이 내년 2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가스 가격상한제를 시행키로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경기 침체로 내년 상반기까지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확대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긴급 조치다.
19일(현지시간) EU 에너지장관이사회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상한선 가격을 유럽 가스 가격지표인 네덜란드 TTF 선물시장 기준 메가와트시(㎿h)당 180유로로 합의했다. 가격상한제가 한 번 발동되면 최소 20일간 유지되며 이후 마지막 3일간 180유로 이하로 가격이 유지되면 발동이 해제되는 방식이다.
180유로는 EU 집행위원회가 처음 제안한 ㎿h당 275유로보다 낮지만, 100∼110유로 선인 현재 시장 가격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이다. 당초 100유로대 수준의 강력한 가격상한제 시행을 원하는 회원국과 가격상한제 자체에 회의적이던 반대 회원국 간 입장을 절충해 마련한 것이다. 합의안에는 가격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즉각 상한제를 푼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U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가격이 급등하자 가스 가격상한제 도입 여부를 논의했으나 가격과 적용 방식을 둘러싸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 합의안 도출에 찬성국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큰 승리"라고 말했고,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와 러시아의 국영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인위적인 시장가격 조정에 종말을 고한다"고 환영했다.
다만 찬반 격론 끝에 이끌어낸 이번 절충안의 실효성이 낮을 것이라는 회의론은 여전하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심각한 분열끝에 절충된 이번 시장 가격 조정 매커니즘이 찬반 국가 어느쪽도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며 "충분치 못하며 일시적인 비상조치일 뿐"이라고 평가했다.
EU 내에서 가스 가격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수출국들이 유럽으로 가스 공급을 꺼려 오히려 공급 불안정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한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위험이 이익 보다 크다"며 가스 가격상한제 시행에 반대를 표명했다.
EU 결정에 러시아 정부는 "(가격상한제 시행은) 시장 가격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고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원유(상한제)에 대한 조처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한편, 이날 네덜란드 TTF 시장에서 1월 인도분 가스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7.6% 하락한 106.6유로로 마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