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무대 프랑스 지하철, 한국어방송 나오는 까닭은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 파리지하철공사에 한국어 방송 추가 요청
프랑스 찾는 한국인 관광객 ↑, 소매치기 피해도 늘어
여름·겨울 휴가철 맞춰 1호선 등에서 송출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프랑스 파리의 일부 지하철역에서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한국어 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파리의 1호선 열차 안에서 이같은 방송을 들을 수 있다. 1호선은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등 파리 주요 관광 명소를 이어주는 핵심 노선이다. 이 외에 샹젤리제 거리나 샤틀레 등 6개 명소 근처 지하철역에서도 방송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주프랑스 한국 대사관이 파리지하철공사(RATP)에 한국어 안내 방송 추가를 요청한 결과다. 최근 한국 대사관은 프랑스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소매치기가 자주 발생한다는 점을 근거로 RATP에 이같이 요청했다.

프랑스는 소매치기 문제를 가진 대표적인 나라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완화하면서 프랑스를 찾는 관광객이 늘자 이들을 노리는 소매치기 범죄가 더욱 늘었다.

파리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리에서 발생한 절도·차량 탈취 등 범죄는 4만8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보다 24.5% 증가한 수준이다. 경찰은 여름 휴가철이었던 지난 6월부터 9월까지를 특별 단속 구간으로 잡고 에펠탑·몽마르트르 언덕·센강변·라탱지구·오페라 등 8개 유명 관광지에서 밤낮으로 순찰을 하기도 했다.

14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인 피해 사례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초 한국 대사관에는 휴대전화나 지갑 등 소지품을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하루 2건가량씩 접수됐다. 지난 2년간 잠잠했던 피해 접수가 올여름 들어 코로나 유행 이전 수준으로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 한 주에 20건이 넘는 소매치기 신고가 접수됐다"며 "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피해 사례까지 합치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피해 사례로는 자동차를 주·정차해놨거나, 상습 정체 구간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유리창을 깨고 조수석이나 뒷좌석에 있는 소지품을 훔쳐 가는 경우가 있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문이 닫히기 직전에 빼앗고 도망간다거나, 유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한 뒤 휴대전화를 갖고 달아나기도 한다. 샹젤리제 거리와 같이 번화가에선 캠페인에 서명 또는 기부를 해달라고 요청하며 다가와 몰래 가방을 뒤지는 사례도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렇다 보니 한국 대사관은 재외국민 보호 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파리 지하철역에서의 한국어 안내 방송 추가다. RATP는 그간 외국인 관광객 방문 자체 통계를 기준으로 중국어, 일본어 방송을 해왔으나 한국어로 방송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매치기 피해 사례는 물론 최근 프랑스를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이 중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대종 주프랑스 한국대사는 16일(현지시간) RATP 본사를 방문해 한국어 방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참관한 뒤 "세계 제1의 관광도시 파리 주요 지하철역에서 한국어 안내 방송을 하는 것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 상승을 상징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방송 기간은 새해 첫 주까지 이어지는 겨울 휴가철과 봄 부활절 방학, 6∼9월 여름 휴가철이다. 프랑스 한인회 협조로 선발된 40대 한국인 여성과 남성이 각각 녹음한 방송은 열차와 역내에서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등 외국어 방송에 이어 마지막으로 나온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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