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1%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하고,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를 유지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250억달러, 28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8월 전망치인 370억달러, 340억달러보다 큰 폭 하향 조정됐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지난 8월 당시의 3.7%에서 이날 3.6%로 소폭 내렸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지난 8월보다 0.4%포인트 낮은 1.7%로 예상했다. 한은이 경제성장률을 2% 이하로 전망한 것은 코로나19를 제외하고 2009년 12월(0.2%) 이후 12년 11개월만이다. 구체적으로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1.3%까지 떨어지고 하반기에는 2.1%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1.7%)는 아시아개발은행(ADB·2.3%), 국제통화기금(IMF·2.0%), 신용평가회사 피치(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1.8%), 한국개발연구원(KDI·1.8%) 등 대부분 기관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국금융연구원(1.7%)과는 동일하다. 한은이 이처럼 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낮춘 것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우리 경제 성장엔진인 수출이 꺾이고, 잇단 금리인상으로 소비 회복 흐름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민간소비는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모멘텀이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이어가겠으나 금리상승, 구매력 저하 등으로 그 속도는 차츰 완만해질 전망"이라며 "상품수출은 글로벌 수요둔화 등으로 증가세 둔화흐름이 이어지다가 내년 하반기 이후 중국과 IT 경기 부진 완화 등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4.7%에서 내년 2.7%로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상품수출 증가율은 올해 3.4%에서 내년 0.7%로 하락하고, 상품수입은 올해 5.8% 증가에서 내년 0.4% 증가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수의 순성장 기여도는 올해 1.8%포인트에서 내년 1.4%포인트로,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0.8%포인트에서 0.3%포인트로 각각 축소될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자본조달비용 상승으로 신규 투자 수요가 위축되면서 증가율이 올해 -2.0%에서 내년 -3.1%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조업은 IT부문과 비IT부문 모두 해외수요가 둔화되는 가운데 자본조달여건 악화로 투자 여력이 줄어들면서 부진할 전망이다. 서비스업은 정보통신, 항공운수를 중심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는 주택경기 둔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감소 등으로 부진할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올해 -2.4%에서 -0.2%로 축소될 것으로 분석됐다. 주거용 건물건설은 그간의 수주 호조에도 불구하고 신규 분양 위축으로 공사물량이 소폭 증가에 그치고, 비주거용 건물건설은 경기둔화 영향으로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국장은 "향후 성장경로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으로 상하방 리스크가 혼재해 있다"면서 "주요국 통화긴축 완화, 중국 제로코로나 조기 완화, 소비회복 모멘텀 지속 등은 상방리스크로, 국내외 금융불안 심화, 높은 에너지가격 지속, 지정학적 긴장 고조 등은 하방리스크"라고 설명했다.
취업자수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82만명, 9만명 증가할 전망이다. 취업자수는 올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효과 등으로 큰 폭 증가했으나 내년에는 이 효과가 사라지고, 경기둔화의 영향이 나타나면서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5.1%, 3.6%로 지난 8월 전망치보다 각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최근 물가상승률 실적치와 농산물 가격 하락세를 반영한 영향이다. 내년 중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각각 3.6%, 2.9%로 지난 8월 전망 수준(3.7%, 3.1%)을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경기둔화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그간 누적된 원가상승 부담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지난 전망 수준을 하회할 것이란 분석이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250억달러, 28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전망치인 370억달러, 340억달러보다 큰 폭 하향 조정됐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대중 수출이 예상보다 악화한 탓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와 내년 중 1%대 중반 수준으로 전망됐다. 향후 흐름에 대해서 한은은 무역 수지가 당분간 적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경상수지 둔화가 이어지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턴 대중 경기, 반도체 모두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오는 2024년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2.3%,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를 제시했다. 김 국장은 "향후 국내 경제는 주요국 경기 동반 부진 등으로 잠재수준을 하회하는 성장흐름이 이어지겠으며,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부진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