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안정 찾는 컬러테라피…고려청자 비색의 매력

23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 공개
고려청자의 모든 것 전시
완형 없지만 가치 큰 파편도 공개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상형청자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고려청자가 지닌 비색의 아름다움은 세계적이다. 옛 고려인들은 청자 종주국인 송나라의 비색(?色)과 구분하기 위해 고려청자의 색을 비색(翡色)이라 불렀을 정도다. 그 색을 월탄 박종화는 시 ‘청자부’를 통해 “가을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하늘 한 조각”이라 했고,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하늘빛 청자’를 통해 “비가 개고 안개가 걷히면 먼 산마루 위에 담담하고 갓 맑은 하늘빛”이라 묘사했다.

그런 고려청자가 23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 ‘청자실’에서 관람객을 맞는다. 10세기경 고려가 자기 제작에 성공한 이후 150여 년 만에 자기 제작 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와 ‘청자 참외모양 병’ 등 국보 열두 점과 보물 열두 점 등 250여 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특별히 ‘고려비색’ 공간은 고려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몰입형 감상 공간으로 꾸며졌다. 음악 ‘블루 셀라돈(Blue Celadon)’이 잔잔히 깔린 가운데 청자의 빛깔을 극대화하는 맞춤형 조명이 유물을 비춘다. 박물관측은 “청자의 아름다움은 태양광 아래서 가장 빛을 내지만, 실내인 특성을 고려해 유약 두께별로 각기 조도를 달리했다”고 설명했다.

‘고려비색’ 공간에 전시된 국보 '청자 칠보 투각무늬 향로'

고려비색 공간에는 비색청자 중에서 비색과 조형성이 조화를 이룬 상형청자 열여덟 점(국보 다섯 점, 보물 세 점 등)이 전시됐다. 박물관에 따르면 상형청자 열여덟 점이 한자리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된 국보 다섯 점 중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는 음각·양각·투각·철화·상감·상형 등 청자의 장식 기법이 총동원된 예술의 절정이다. 특히 하부를 지탱하는 귀여운 토끼 장식이 다가올 토끼의 해(2023)의 의미를 더한다.

파초와 두꺼비가 상감된 유천리 청자 조각

완형의 예가 전해지지 않는 조각본도 공개했다. 전라북도 부안 유천리 가마터에서 수집된 상감청자 조각들로, 파초잎에서 쉬는 두꺼비, 왜가리가 노니는 물가 풍경 등 그간 공개된 청자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연의 모습이 묘사됐다.

청자 칠화 버드나무무늬 병

녹갈색 청자도 전시됐다. 청자는 철분과 산소 유입량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드러내는데, 박물관측은 “당시 고려인은 청자색 변주에 아주 능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국보급 유물부터 변형품, 완형이 전해지지 않는 희귀 파편본을 거쳐 고려 말 조악한 수준의 청자를 포괄한다. 박물관 측은 “13세기 몽골침입으로 고려가 위험에 처하자 왕실과 관청에 청자를 공급하던 장인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도자기 품질이 하락했다”며 “이후에는 조선시대 분청사기로 이어지게 된다”고 전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컬러테라피로 마음의 안정을 찾듯, 고려비색으로 평온을 느끼시길 바란다”며 “자연을 사랑하고 동경했던 고려인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구현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느낌으로써 평온하고 고요한 휴식 한 조각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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