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창고 전국에 벌써 200곳…'셀프 스토리지'가 뜬다

미국 등 선진국선 이미 보편화
국내 다락, 큐스토리지 등 대표적
2026년 전세계 90조원 규모 예측
부족한 주거·업무 공간 확대 수요

도심 속 공유창고로 불리는 '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 시장이 열리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란 다양한 개인물품을 원하는 크기의 공간에 보관하고 월 단위로 이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대부분 무인 시스템으로 운영돼 연중무휴 24시간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셀프 스토리지에 보관할 수 있는 물건은 캠핑용품과 같은 취미용품을 비롯해 전시·무대 장비, 미술품, 와인까지 다양하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선 요트, 캠핑카처럼 고가에 크기가 큰 물건까지 맡길 정도로 이 산업이 대형화·보편화됐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셀프스토리지 시장은 2026년 640억 달러(약 9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JLL의 한국지사가 지난 6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셀프 스토리지 지점은 200여개에 달한다. 전체 지점의 약 52%, 32%가 서울과 경기도에 위치할 정도로 대도시에 집중돼있다. 도심 대로변이나 지하철 역사 내에 있을 정도로 사용자 접근성을 주요 고려 요인으로 삼고 있다.

◆브랜드마다 제각각…최다 지점은 '세컨신드롬' =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체 중 가장 많은 지점을 갖고 있는 기업은 세컨신드롬이다. 지난 5월 기준으로 32개 지점(미니창고 다락)을 보유하고 있다. KT와 협업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한 24시간 무인 관제 서비스를 개발한 점이 특징이다.

큐스토리지를 운영하는 큐비즈코리아는 같은 시점으로 16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시공테크가 만든 셀프 스토리지 브랜드 편안창고는 박물관에 쓰이는 특허 자재를 사용해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물품까지 보관할 수 있다. 전국에 8개 지점을 보유한 오호스페이스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와인 보관 전용 창고를 운영 중이다.

그외에 국내 셀프 스토리지 브랜드로는 알파박스, 도심속창고 등이 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해외 업체는 싱가포르 기업 엑스트라 스페이스와 스토어허브가 있다. 이 밖에는 대부분 1~2개 지점만을 운영하는 소규모 업체들로 구성돼있다.

◆국내 시장 확장 가능성…포스트 코로나 시대 수요↑= JLL 보고서에 따르면 FTSE Nareit 미국 부동산 지수에는 5개의 셀프 스토리지 리츠(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가 상장돼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셀프 스토리지 리츠는 안정적인 영업이익으로 인해 방어적이며 회복력이 강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돼도 물건 보관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셀프스토리지 리츠 시장의 호조세는 한국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높은 부동산 가격과 도시의 인구 집중화, 1인 가구 증가 등은 셀프 스토리지 시장을 확장시키는 요인이다.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평균 주거 면적은 33.9㎡로 10평 정도다. 주거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하기 쉽지 않거나 필요한 저장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셀프 스토리지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거와 업무 공간을 늘리려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집에 있는 시간이 1.5배 늘어난 만큼 공간도 1.5배 더 필요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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