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준형기자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한국전력이 자금을 출연해 세운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전공대)가 매년 임대료로 3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개교하기 위해 강의실, 기숙사 등 교육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문을 연 결과다.
26일 한전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의 연간 임대료는 31억17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전공대는 서울과 학교 부지가 위치한 전남 나주 등 2개 지역에서 총 6개 건물을 임차해 쓰고 있었다. 임대료 절반 이상은 부영주택이 소유한 나주 골프텔과 클럽하우스에 들어갔다. 한전공대는 이곳을 리모델링해 학생 기숙사로 활용하고 있다. 토지와 건물 면적은 각각 2만9752㎡, 8556㎡로 연간 임대료는 19억7500만원이다.
한전공대가 매년 30억원이 넘는 돈을 임대료로 쓰는 이유는 제반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서다. 앞서 한전공대는 지난 3월 축구장 48개 면적에 달하는 40만㎡ 규모 부지에 4층짜리 건물 한 동만 갖춘 채 개교했다. 이에 한전공대 학생들은 2025년 정식 기숙사 완공 전까지 리모델링한 골프텔에서 지내야 한다. 유일하게 완공된 본관동에 임시 조성된 대학 도서관 면적은 226㎡(약 68평)에 불과하다.
한전공대 개교와 함께 ‘졸속 개교’ 논란이 불거졌던 이유다.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였던 한전공대를 임기 내 개교하기 위해 건설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학교 문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전공대 강의실, 기숙사 등 핵심 교육시설은 개교 3년 후인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완공된다. 한전공대가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연간 임대료로 31억1700만원을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한전공대 예산 약 125억원이 임대료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문제는 한전공대 임대료 등 운영자금을 ‘적자 늪’에 빠진 한전이 조달한다는 점이다. 한전, 발전자회사 등 전력그룹사가 2019년 체결한 ‘한전공대 설립에 관한 기본협약서’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운영비 64%는 한전이 부담한다. 당장 한전이 내년 한전공대에 출연해야 하는 비용만 1320억원이다. 한전은 한전공대 설립·운영비로 2019년부터 2031년까지 총 1조6112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전공대는 서둘러 개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종합부동산세 폭탄’을 맞기도 했다. 현행법상 학교 용지는 종부세 감면 대상이지만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탓에 부지 대부분이 종부세 과세 대상인 ‘건설 중인 부동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한전공대는 결국 지난해 전체 예산(920억원)의 10%를 웃도는 비용을 종부세로 지출했다.
지난 정부가 무리하게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의원은 “문재인 정권이 대선을 앞두고 (한전공대를) 졸속 개교한 탓에 국민의 돈이 낭비되고 있다”면서 “탈원전 등 잘못된 에너지 정책으로 적자를 보며 전기요금을 인상시키고 있는 한전이 한전공대까지 책임져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 수 급감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만큼 무의미한 혈세 낭비를 중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