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하는 동안 입 벌리지 말라'…기후변화가 초래한 '물 난리' 美 비상사태 선포

폭우로 상수도 고장
미시시피주 며칠째 식수 대란

최근 발생한 홍수로 식수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있는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생수를 나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나연 인턴기자] 미국 미시시피주가 최근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며칠째 식수 대란을 계속 겪고 있다고 CNN 방송과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상수도 시설이 가동되지 않아 잭슨시 주민 15만∼16만명 정도가 제대로 씻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불편을 겪고 있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에 따르면 지난주 미시시피의 주도 잭슨시에 쏟아진 폭우로 '펄 강(Pearl River)' 수위가 약 10.8m까지 치솟았고 강물이 범람해 인근 민가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지역 주요 상수도 시설에 수압 문제가 발생해 주거 지역에 식수 공급이 중단됐다. 펄 강은 지난 2020년에도 수위가 약 11.3m를 넘기는 등 홍수가 빈번한 곳이다.

이에 현지 교육청은 학교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했고, 상당수의 식당이 영업을 중단했다.

주 정부 관계자는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변기 물을 내리거나 화재를 진압하는 등 필수적인 활동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1일 상수도 시설에 임시로 펌프를 추가하면서 일부 지역에는 수돗물 공급이 재개됐지만 제대로 정수 처리가 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시 당국은 주민에게 수돗물을 생활용수로 쓰되 식수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공지했다.

시 관계자는 "샤워하는 동안 입을 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당분간 식수는 끓인 물을 마셔야 한다"고 전했다.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을 동원해 생수병을 공급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턱없이 부족해 물을 받으려는 주민들이 수 시간씩 대기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처크워 루뭄바 잭슨 시장은 "폭우 유입으로 정수처리에 필요한 화학물질 조성이 바뀌면서 수도 공급에 시간이 걸리는 상태"라며 "인력 부족과 시설 관리 부실 등으로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잭슨시 상수도 시설은 작년 초 겨울 폭풍이 덮쳤을 때는 한 달 동안 가동이 중단되는 등 이전부터 수시로 문제를 일으켜왔다.

이에 미 백악관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향후 90일간 비상사태 해소를 위해 필요한 예산의 최대 75%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정부는 미시시피주가 겪고 있는 식수 위기 사태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며 "백악관이 주 보건당국을 비롯한 지역 관계자들과 조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NYT는 해당 보도에서 기후변화가 홍수나 산불 같은 재난뿐 아니라 깨끗한 식수를 구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는 지경이 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미하일 체스터 교수는 "기후 변화의 속도를 시설 개선의 속도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위기가 코앞에 닥쳤다"고 말했다.

김나연 인턴기자 letter99@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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