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30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강도 긴축 우려 속에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308.12포인트(0.96%) 떨어진 3만1790.8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44.45포인트(1.10%) 낮은 3986.1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34.53포인트(1.12%) 하락한 1만1883.14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한달여만에 4000선이 붕괴되면서 시장에서 주목하는 50일 이동 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우지수는 3만2000선, 나스닥지수는 1만20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종목별로는 모든 S&P500섹터가 하락했다. 금리인상에 민감한 기술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테슬라는 전장 대비 2.50% 하락 마감했다. 메타(-1.26%), 애플(-1.52%), 아마존(-0.82%), 알파벳(-0.44%), 마이크로소프트(-0.85%) 등도 줄줄이 밀렸다.
투자은행 시티가 반도체 업황이 10년 만에 최악의 침체 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히면서 인텔(-2.03%), 엔비디아(-2.11%), AMD(-1.75%) 등 반도체주는 2% 내외로 하락 마감했다. 시티는 경기 침체와 재고 여파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가 최저치를 찍고 2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에너지주도 부진했다. 엑손모빌은 4%가까이 떨어졌다. 셰브론과 옥시덴털 페트롤리움도 각각 2.44%, 4.32% 미끄러졌다.
이밖에 대형 전자제품 매장인 베스트바이는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에 힘입어 1.61% 상승 마감했다. 바이두는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6%이상 하락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트위터와의 인수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문서를 재차 제출했다는 소식에 트위터의 주가는 1.80%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지난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매파 발언의 여진을 주시하며 향후 긴축 행보와 국채금리 움직임, 노동시장 지표 등을 주시했다.
파월 의장에 이어 Fed 당국자들의 매파 발언도 이어졌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을 취해야할 것"이라며 "짧은 기간 하고나서 방향을 바꿀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역시 이날 웨스트버지니아에서 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을 목표 범위로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예상한 대로 빨리, 또는 고르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날 공개된 노동시장 지표가 탄탄한 수준을 나타내자 시장의 긴축 경계감은 급격히 높아졌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7월 미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120만 건으로 전월 대비 20만 건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노동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점이 확인되면서 향후 Fed의 긴축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하는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103.2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높아진 긴축 경계감에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는 치솟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장중 3.497%로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11%선으로 전장 대비 소폭 올랐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26선을 나타냈다.
홈리치 베르그의 스테파니 랑 최고투자책임자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최우선 순위로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계속 압력을 가할 것이다. 연말까지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 프라이빗 웰스 매니지먼트의 로드 폰 립시는 "써머 랠리는 단기적이었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은 이번주 금요일 공개되는 고용보고서도 대기하고 있다.
다만 경기침체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투자은행 UBS는 미국이 내년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60%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역임한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CNBC 패스트 머니에 출연해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실업률이 5%를 넘어 6%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5.37달러(5.5%) 떨어진 배럴당 91.64달러에 거래됐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