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는 현금, 환불은 바우처?…에어아시아 갑질에 고객들 부글부글

코로나19로 취소된 항공권, 동의 없이 유효기간 5년 바우처로 환불
서울-쿠알라룸푸르 노선만 사용 가능
현금 아닌 크레딧 환불 유도…"정부, 소비자 보호 나서야"

저가형 항공사 에어아시아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던 항공권들을 바우처 형태로 고객들에게 환불했다. /제공=제보자

지난 2일 메일을 통해 300만원어치 항공 바우처가 에어아시아로부터 발급돼 있는 것을 우연찮게 본 A씨(54). 약 2년 전 가족여행을 위해 결제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취소됐던 에어아시아 항공권이 이제야 환불된 것이다. 문제는 바우처의 사용처가 서울과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노선에만 한정돼 있고 5년 안에 써야 한다는 점이다. A씨는 "혼자서 쿠알라룸푸르 5번 왕복 가능할 만큼의 바우처를 받았다. 하지만 5년 동안 쿠알라룸푸르를 두 번 이상 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에어아시아 고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던 항공권을 환불 받았지만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에어아시아의 중장거리 노선 항공사 '에어아시아 엑스'는 코로나19로 취소됐던 27만건 이상의 항공권들을 보상했다. 에어아시아 측은 유효기간이 5년인 바우처를 고객들에게 제공하며 9200만달러(약 1196억원)어치를 환불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바우처의 사용처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는 것. 현재 고객들이 바우처를 사용할 수 있는 항공편은 서울과 쿠알라룸푸르 왕복 노선뿐이다. 이마저도 사용할 곳이 적다. 인천국제공항에 따르면 에어아시아 엑스는 화요일, 목요일, 일요일 등 하루에 한 대, 즉 일주일에 3번만 해당 노선을 운영한다. 좌석마저도 에어아시아가 정해주는 대로 고객들은 탑승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아시아 측은 향후 일본과 호주, 하와이, 뉴질랜드 등 중장거리 노선을 늘린다고 하지만 언제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

이 같은 제한이 있는데도 에어아시아는 고객에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바우처를 통해 환불했다. 코로나19 이전 세계일주를 준비하며 에어아시아에서 항공권을 구매했던 B씨(30)는 "현금으로 돌려받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메일을 확인해보니 바우처로 환불 받았다"며 "바우처를 주기 전 미리 고지를 한다거나 선택사항을 주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이용하고 싶지 않아도…마일리지 형태의 환불 유도

사진=에어아시아 공식 인스타그램 캡처

에어아시아는 원래 환불이 잘 되지 않는 항공사로 여행자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다. 항공권을 취소할 경우 현금 또는 마일리지 형태의 크레딧으로 환불을 받을 수 있는데 현금 환불은 상당 기간 걸린다. 한 고객은 2년까지 기다렸다고 하소연했다. 채팅 방식의 상담사에게 환불 요청할 수 있지만 상담사들은 크레딧을 통한 환불을 유도한다. 크레딧 역시 2년 안에 사용해야 하는 등 제한이 있다. 최근 환불을 시도 중인 C씨(28)는 "또 다시 에어아시아를 이용하고 싶지 않은데 상담원은 크레딧을 통한 환불을 계속 유도한다"며 "여전히 구체적 답변은 없고 크레딧으로 환불해주겠다는 이메일만 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분쟁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감염병 발생으로 항공사 또는 여객이 계약 내용 변경 또는 계약 해제 등을 요청한 경우 소비자 분쟁에 해당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여행사 및 항공사들도 고객 유치 위해 환불에 나서는데 이 같은 고객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기구들이 나서서 소비자들을 보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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