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대한민국의 첫번째 달 탐사선인 '다누리(KPLO)'가 하루 뒤인 5일 오전(한국시간) 발사된다. 한국 우주 탐사의 개척자 역할과 함께 인류의 두 번째 달 착륙 프로젝트의 안내자라는 중책도 맡았다. 특히 물의 존재를 확인할 경우 인류의 달 진출에 신기원을 이룰 전망이다. 산소 공급이 가능하고 에너지로도 활용할 수 있어 장기 거주 기지 건설이 가능해진다. 다누리에 대한 12문12답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해 보자
다누리는 한국이 처음으로 실시하는 행성 탐사다. 우주 개발은 위성, 발사체, 탐사 등 3대 분야가 있는데, 한국은 위성 분야 강국이었고 지난 6월21일 발사체(누리호) 보유에 성공한 데 이어 다누리로 탐사까지 영역을 넓히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인도, 유럽에 이어 7번째 달 탐사국 대열에 오른다. 우리나라가 개국 이래 최초로 우주개발 3대 분야의 모든 영역에 발을 내딛게 된다. 명실상부함 세계 7대 우주강국의 위상을 굳히게 된다. 우리나라는 다누리의 원격 탐사에 이어 2030년 착륙 탐사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달은 미국의 1960~70년대 아폴로 프로젝트 후 한동안 인류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과학기술의 발달로 우주 발사체 비용이 싸지고 달 자원 채취, 화성 개척 등 심우주 탐사가 인류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다시 달로 향하는 세계 각국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인도가 2008년 10월 달의 영구 음영층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달 탐사가 본격적으로 재개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2013년 창어3호, 2018년 창어4호를 잇따라 보내 달 후면에 착륙한 후 2019년 12월 창어5호를 통해 샘플 귀환까지 성공하면서 불을 붙였다.
미국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 협력을 통한 달 기지 건설과 제2의 국제우주정거장인 '루나 게이트웨이' 구축을 추진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에 따르면 올해 이후 예정된 주요국 달 탐사 계획은 한국의 2030년 달 착륙선 발사를 포함해 18건에 이른다. 인류의 이같은 '달 귀환'은 무엇보다도 '호기심'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호기심없이 인류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며 지속 가능하고 도전적 미래를 위해 우주 개척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또 달은 화성 등 심우주 탐사가 활발해지면서 중간 기지로 활용할 수 있다. 지구 중력을 극복하기 위한 발사체들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어 우주 탐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달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헬륨-3 등 자원 채취, 우주태양광발전소 등 에너지 생산 등도 가시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 달에 다수의 인구가 거주하는 식민지 건설도 예상된다.
다누리는 발사 약 40분 후 지구 궤도 1650km에서 분리돼 달 전이 궤도에 들어간다. 문제는 누리호로는 해당 고도까지 다누리를 실어 나를 수 없다는 것이다. 누리호는 1.5t의 화물을 600~800km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누리호는 이제 막 개발에 성공했지만 성능과 안전성, 신뢰도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 3단부 엔진이 조기 종료돼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려 놓지 못해 목표 임무 수행에 실패했고, 지난 6월21일 2차 발사에서야 완벽하게 제 성능을 발휘했다. 정부는 향후 4차례 더 발사해 신뢰도를 높일 예정이다. 한때 정부도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다누리를 발사한다는 계획을 검토한 적이 있었지만 개발 일정이 맞지 않아 일찌감치 외국 발사체 활용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와중에 다누리의 총중량도 550kg에서 678kg으로 다소 여유있게 늘어날 수 있었다. 정부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을 통해 성능이 대폭 강화된 누리호 개량형을 만들어 2030년 예정된 달 탐사 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누리는 미국 민간우주업체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달나라로 출발한다. 한국시간 5일 오전8시8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에서 발사된다. 벌써 6번째 재사용되는 것으로 다누리 하나만 답재돼 단독 발사한다. 총 길이 70m, 외부 직경 3.7m, 1ㆍ2단 액체추진 로켓으로 지구 저궤도에 22.8t을 올릴 수 있는 추력을 지니고 있다. 발사대의 위치는 북위 28.29도, 서경 80.34도다. 미국에서 지구 적도와 가장 가깝워 지구 자전 속도를 이용해 발사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무게 678kg의 다누리는 지난달 6일 한국 인천공항에서 비행기편에 실려 이틀 후 케이프커내버럴 기지에 도착했다. 시스템 점검, 통신시험, 누유 시험 등을 거쳤다. 당초 3일 오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팰컨9 발사체에 문제가 생겨 이틀 연기됐다.
달로 가는 길은 3가지가 있다. 첫번째가 미국의 아폴로 탐사때 썼던 직접 전이, 즉 지구에서 달로 곧바로 향한다. 지구 중력을 벗어 난 후 궤도를 수정해가면서 달로 직행하기 위해선 연료가 무지 막지하게 소요된다. 5일 이내 갈 수 있어 우주 환경에 취약한 유인 탐사 방식에 적합하다. 위상전이 방식도 있다. 지구 근처를 굉장히 긴 타원 궤도로 몇차례 공전한 후 달 궤도에 슬쩍 올라타는 방식이다. 1개월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직접 전이보다는 연료 소모가 적지만 달 궤도 진입에 상당히 많은 양이 들어간다. 우리나라는 위 두가지 방식이 아닌 탄도형 달 전이 방식(BLTㆍBallistic Lunar Transfer)을 사용한다.
다누리는 발사 약 40분 후 고도 1650km에서 분리돼 자체 추진력으로 지구와 태양간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지점으로 향한다. 이때 지구와의 거리는 최대 156만km까지 멀어진다. 이후 방향을 돌려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돌아 오면서 달의 지구 공전 궤도에 올라타는 방식이다. 약 4개월반이 소요되는 먼 거리를 오가야 한다. 먼거리의 궤도선과 통신하면서 원격 조종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 필요하다. 3가지 달 궤도 진입 방식 중 가장 시간이 길게 걸리지만 연료 소모는 제일 적다. 1990년 일본, 2011년 미국이 각각 시도해 성공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678kg이라는 한정된 다누리 중량 제한과 목표 임무 수행 기간 1년에 맞춰 최적화된 연료탱크 크기와 적재량ㆍ예상 소모 기간 등을 고려해 BLT 방식을 택하게 됐다. 즉 연료를 20% 이상 줄일 수 있어 탐사선의 임무 수행 기간이 연장되는 장점이 있다. 다만 지구에서 150만km 이상 떨어졌다가 돌아 오면서 통신ㆍ조종의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게 단점이다.
다누리는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는 달 탐사 계획으로 꼽힐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이유는 달에 직접 착륙했던 아폴로 프로젝트 이후 인류가 달을 가장 가깝고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누리는 달 상공 100km에서 달 극지방을 지난 원 궤도에서 운영된다. 하루 12회 달을 공전하면서 달 관측 및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하고, 안테나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지구에 보낼 예정이다. 임무기간은 1년이다.
다누리의 첫 번째 임무는 2030년 이후 진행될 한국의 달 착륙 탐사를 위해 착륙선이 내릴 곳의 후보지를 찾는 것이다. 달의 자기장ㆍ방사선 측정과 우주 인터넷 기술 검증 등의 과학적 목표도 있다. 이를 위해 국내 출연연ㆍ대학들이 개발한 탐재체 5종, NASA가 개발한 영구음영지대 카메라(Shadowcam) 등 총 6종의 과학 기구가 실려 있다.
이중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 편광카메라(PolCam)는 달 표면을 정밀 관측한다. 국제 과학계에선 이를 통해 달의 특이 지형인 '요정의 탑(Fairy castles)'의 정체 등 그동안 쌓여 온 의문들을 풀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요정의 탑'은 아폴로 프로젝트 당시 160km 상공에서 찍은 달 표면 사진에서 발견됐다. 작고 길며, 꽈배기처럼 꼬인 탑 모양의 특이 구조물이다. NASA의 섀도우캠도 달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동안 인도의 찬드라 위성 등 일부가 충돌 실험 등을 통해 간접 증거는 발견했지만 물의 존재를 직접 확인한 적은 없다. 만약 물이 확인되면 한국은 달 개척의 신기원을 쓴 국가로 기록될 전망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제작한 자기장 카메라도 또 다른 달의 미스터리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달의 핵은 차갑게 식은 금속이고 크기도 작아 지구처럼 핵의 회전으로 인한 자기장 형성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달 표면의 곳곳에선 강력한 자기장이 관측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다누리의 자기장 측정 데이터를 통해 달 전체의 자기장 분포 형태를 알아내면 이같은 미스터리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우주인터넷 장비는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를 스트리밍하는 실험을 할 계획이어서 세계 한류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다누리의 외양은 일반 위성과 별 다를 바 없다. 네모난 상자에 날개 모양의 태양광 패널이 부착돼 있다. 그러나 위성이 아닌 '탐사선'이다. 위성은 일정 궤도에 올려 놓으면 큰 변동없이 중력을 이용해 공전하면서 지구관측 등 임무를 수행한다. 다누리가 탐사선이라는 얘기는 위성과 달리 자체적인 항행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독자 개발한 추진제 시스템으로 지구에서 150만km 이상 떨어진 라그랑주 지점까지 갔다가 방향을 바꿔 돌아오면서 달 궤도에 합류하는 '우주선'이다. 다누리는 수십kg의 연료를 적재하고 있어 약 9회 정도 방향 선회 기동을 할 수 있으며, 지구↔라그랑주 지점을 왕복하면서 이중 3회분을 소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다누리가 지구와 최대 최대 150만여km 떨어진 우주에서 항행하는 탐사선인 까닭에 KARI는 다누리와 통신망 구축에 고심을 기울였다. 사업비 총 284억을 들여 경기도 여주에 직경 40m짜리 초대형 안테나를 포함한 국내 최초 심우주 통신용 지상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NASA와 손잡고 호주 캔버라 안테나, 미국 LA 골드스톤 및 스페인 마드리드 소재 심우주 안테나와의 연계망을 활용한다. 대전 KARI 청사내에 자리잡고 있는 임무 운영 관제실이 다누리에 각종 명령을 내리고 상태 정보를 수신한다. 또 임무계획 수립과 궤도 결정, 기동계획 수립, 탑재체 데이터 수신 및 배포 기능도 담당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정지궤도(약 3만6000km) 이상의 심우주에서는 우주 방사선 등의 영향으로 정전기 충전ㆍ방전 현상이 발생한다. 즉 정전기로 인해 궤도선 표면에서 발생되는 전하를 외부로 배출해야 한다. KARI 연구진은 보다 효과적으로 전하를 이동시키기 위해 다층으로 구성된 박막 단열재의 가장 바깥 층에 전기 전도성이 우수한 재질을 코팅했다. 블랙 캡톤(Black Kapton)이라는 이름의 폴리이미드 재질로 극저온이나 고온에서도 버틸 수 있다. KARI 연구진은 이 다층 박막 단열재를 궤도선 표면에 장착해 우주의 급격한 열변화로부터 보호되도록 했다. 이 다층 단열재 때문에 다누리가 검은색이 됐다.
다누리는 1년간 목표 궤도에서 운영된 후 연료 상황에 따라 여유가 있으면 운영 기간이 연장된다. 이 여부는 정상 운영 종료 6개월 전인 내년 7월에 결정된다. 이때는 임무 종료 후 다누리의 처리 방법도 결정된다. 달 표면에 충돌시키면서 충돌 직전까지 영상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 또는 달 동결궤도, 즉 에너지 소모 없이 일정하게 고도를 유지할 수 있는 궤도로 옮겨서 계속 달 주변을 돌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참고로 NASA가 보낸 달 관측 궤도선(LRO)도 2009년 발사된 후 3년간 임무 기간을 마쳤지만 아직도 동결궤도에 머물면서 운영되고 있다.
달 궤도 진입을 위해선 본체에 대용량 고추력 추진시스템이 필요하다. KARI는 독자적으로 30뉴턴(1뉴턴 = 1kg에 1m/s의 속도를 내게 하는 힘)의 추력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궤도를 바꿀 수 있도록 압력 조절이 가능한 단일추진제 추진시스템이다. 본체는 차세대중형위성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했고, 구조계, 열제어계, 전력계, 탑재소프트웨어, 탑재컴퓨터, 자세제어계 등도 국내 주도로 개발했다. KARI가 기존에 구축한 위성 개발 시설 및 기술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조립해 시험까지 수행했다. NASA의 조언과 검토를 받긴 했지만 국내 자체 기술로 달 전이궤적 및 임무궤도 설계도 완료했다.
순 우리말인 '달+누리다'의 합성어다. 지난 1~2월 실시된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카이스트(KAIST) 신소재공학과 박사과정생 하태현 씨의 작품이다.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적이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한다. 누리호와는 관련이 없다. 누리호의 '누리'는 세계, 우주라는 뜻의 순 우리말로 역시 대국민 공모전에서 뽑힌 명칭이었다. KARI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어 공식 명칭에서 '호'는 빠지기 때문에 그냥 '다누리'로 부르는 게 맞다. 호가 빠진 특별한 이유는 없다. 공식 영문 명칭은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 약칭으로 KPLO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