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민기자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 퇴임을 약 2주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을 포함한 경제인들의 대거 사면 여부에 재계·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랜 사법리스크를 벗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다음달 8일 석가탄신일을 맞아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을 단행할 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유력 정치인들의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부회장 등 기업 총수들의 사면 요구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청와대와 법무부에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냈다.
이들 단체는 청원서에서 이 부회장, 신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을 사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코로나19 확산과 미국·중국 간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사태 등으로 인해 세계 겅제가 전환기를 맞고 있고 우리 경제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위기에 놓여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기업인들이 사법리스크를 털고 적극적인 대외 행보를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재계는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돼 수감됐다가 지난해 8월 8·15 광복절을 기념으로 가석방됐다. 하지만 취업 제한을 적용 받아 제대로 된 경영활동을 하지 못해 재계 등에선 이 부회장의 사면·복권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롯데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 10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중근 회장은 회삿돈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 받고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과 함께 가석방됐다.
이들 기업총수들 외에도 정치권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김경수 전 경남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사면 대상으로 떠올랐다. 종교계 등 사회 각계에서도 국민 통합을 위해 이들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마지막 간담회에서 "사면 요청이 각계에서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들의 지지 또는 공감대 여부가 여전히 우리가 따라야 할 판단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사면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특정인과 관련된 지침을 받은 바도 검토한 바도 없다"며 "(사면은) 전적으로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으로 뭐라 더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을 아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