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알코올 아니잖아' VS '맥주도 아닌게' 국산·외산 주류업체 신경전

함유량·표기 문제 놓고 공방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무알코올 맥주’ 시장을 놓고 국산과 외산 주류업체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내 맥주 업체들이 외산 무알코올 맥주를 향해 ‘알코올이 들어 있으니 무알코올이 아니다’고 공격하고 나선 가운데 외산 맥주 업체들은 국산 무알콜 맥주에 ‘맥주가 아닌데 왜 맥주처럼 광고하나’라고 반격에 나섰다.

급성장하는 무알코올 맥주 시장

25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2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맥주 시장의 1% 수준이지만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전체 맥주 시장의 4%, 독일은 8%까지 성장했고 꾸준히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는 제각기 다른 방식의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행 주세법상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일 경우 주류가 아닌 음료로 구분된다. 여기에 알코올 함유량이 1% 미만인 제품명엔 0.0%로, 알코올이 전혀 없는 제품명엔 0.00%로 표기할 수 있다.

국내 주류 업체들이 판매하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는 맥아 엑기스에 탄산 등을 첨가해 만든 음료로 알코올이 전혀 없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0.00’ ‘하이트제로0.00’ 등을 알코올 함유량이 제로다. 반면 수입 맥주는 발효과정을 거쳐 맥주를 만든 뒤 알코올을 제거한다.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해 1% 미만의 알코올이 남는다. ‘칼스버그 0.0’ ‘하이네켄 넌 알콜릭’ ‘카스 0.0’ ‘에딩거프라이’ 등의 제품이 대표적이다.

무알코올이라 하지마 vs 맥주라 하지마

국내 맥주 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미량이라도 알코올이 들어갔는데 ‘0.0%’ ‘0.00%’ ‘제로’ 등의 표현을 쓴다면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청소년에게 음주 습관을 만드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임신부 등이 극소량이라도 알코올 섭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알코올 맥주 표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산 주류업체 관계자는 "주류 관련법에서도 1% 미만은 술이 아닌 음료로 분류되는데 국내 맥주 업체들의 주장은 과도하다"며 "오렌지 주스, 숙성된 바나나에도 미량의 알코올 성분이 있는데 의미가 없는 수치를 놓고 괜한 신경전"이라고 했다.외산 주류업체들은 여기에 더해 국내 맥주 업체들의 무알코올 맥주는 ‘맥주’가 아니기 때문에 맥주를 연상케 하는 마케팅도 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산 주류업체 관계자는 "맥주가 아닌데 맥주처럼 광고하거나 맥주라는 용어 자체를 사용하면 안된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표현을 명확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식약처는 지난 5일 알코올이 극소량이라도 들어 있는 비알코올 맥주에는 ‘알코올 1% 미만 함유’ 문구를 바탕색과 구분해 표시하도록 개선한 데 이어 비알코올이란 용어를 변경하거나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식약처는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 최종 개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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