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헌영의 데이터 혁신] 미래 100년, 데이터 국가 전략

미국 따라잡고 3차산업혁명 주도했던 한국의 과제는

데이터 중심의 새로운 세상 도래
국가 데이터 전략은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

인공지능, 응용기술 분야 국가 경쟁력 갖춰 데이터 처리해야
도시, 전기, 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도 데이터 중심 재구성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 김대중 정부에서 내 건 구호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수렁에 빠진 한국 경제를 정보기술산업으로 일으켜 낸 슬로건이기도 하다. 김대중-노무현의 진보정부로 이어지는 정보기술산업 중흥은 일단 성공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 UN 전자정부 평가 6년 연속 1위, OECD 데이터 평가 1위에 이어 G7 정상회의 초청국가 등 선진국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게 다 3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덕이다.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휴대폰이 상징하는 모바일 혁명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기술과 정책을 열심히 따라해 오히려 미국보다 더 빨리 구현한 결과다.

이 성공의 비결에는 박정희 정권의 식견이 숨어 있다. ‘조국 근대화’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서 출발한다. 이 모델은 1961년 발족한 경제기획원의 강력한 주도권에 기반한다. 같은 취지로 1994년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편하고 1996년 정보화기획실을 두면서 ‘정보화에 관한 기획원’ 모델이 자리 잡았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본떠 ‘정보화 촉진 기본계획’이라는 이름의 5개년 계획을 추진했다.

이후에 나타난 ‘사이버 코리아’ ‘e-코리아’ ‘U-코리아’ 등의 코리아 시리즈도 다 이 ‘정보화 촉진 기본계획’에 해당한다. 이 정책들을 추진할 당시에는 클린턴 행정부를 참고했다. 미국의 인터넷을 통한 세계 디지털 경제 주도권 확보 전략을 우리나라 정책으로 적용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국가 전략을 세운 미국보다 빨리 전국의 가정을 광통신망의 초고속 인터넷으로 연결했다. 그때부터 미국의 컴퓨터 회사, 인터넷 회사 사장들이 한국 대통령을 만나러 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1등에 세계가 그렇게 놀라기 시작한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토끼처럼. 그 사이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나 일본, 전통 선진국인 영국, 유럽 각 나라가 정신을 차리고 ‘4차 산업혁명’ 물결을 타기 시작했다. 휴대폰 대중화를 뛰어넘어 사물까지 인터넷으로 연결하고 거기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하는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온 것이다. 제조업 선진국들은 산업혁명의 연장선으로 이런 현상을 ‘4차 산업혁명’이라고 칭하지만, 근본적인 관점에선 ‘디지털 전환’이라 부를 수 있다. 그간의 통신과 정보 시스템의 하드웨어가 아닌 데이터가 중심이 됐다는 의미다.

한국도 ‘제4차 산업혁명’을 대통령 과제로 삼고 ‘데이터’로 질적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갈 길이 멀다. 스타트업 몇 개 성공한다고 이길 게임이 아니다. 전자정부를 디지털 정부로 이름을 바꾸고 국민들에게 스마트폰으로 나라일 좀 보게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다급한 건 한국만이 아니다. 영국도 2020년에 국가 데이터 전략을 수립했고, 일본은 올해 디지털청을 신설했다.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눈치 챈 나라들도 발걸음이 빨라졌다. 여러 나라의 데이터 전략을 살펴 보면 디지털 경제에서의 성장 주도권에 대한 강박이 느껴진다. 기술 및 사회 혁신, 정부 서비스 개혁, 데이터 기반 정책과 국민 역량 강화 등이 내용을 구성한다.

한국 정부의 데이터 전략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데이터 특별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나라의 비전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정부를 맡게 되는 이들이 역사적 소명으로 이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비전에 무엇을 담아야 할까. 첫째는 기술과 데이터 기반에서 세계 우위를 확보할 방안이 들어가야 한다.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서 인공지능과 같은 원천기술과 응용기술 모두에서 국가 경쟁력을 가질 전략이 필요하다. 전기, 도로, 철도, 도시,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 데이터망의 구축 등 데이터 기반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사람 중심의 3차 산업혁명에 머물면 미래가 어둡다.

둘째는 사람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 혁신 전략이 꼭 필요하다. 기존 교과목을 전면 재구성해 디지털 기술, 데이터 역량, 소통과 리더십 등 융합 교육 실행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코딩이나 좀 가르치고 생색내는 수준은 곤란하다. 셋째는 사회와 정부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인식 전환 운동이 필요하다. ‘디지털 새마을 운동’이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끝으로 국가 데이터 전략은 국민적 공감대와 리더십을 바탕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내년 대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국가 데이터 전략에 대한 관심은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소명이다. 임진왜란의 근대화 기회, 구한말의 산업화 기회를 놓치고 한국인의 삶을 고통으로 몰아넣는 우를 다시 범하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 전환의 변혁기에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대한민국 데이터 전략’을 주도할 지도자를 잘 가려야 할 때가 오고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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