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호기자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 갈등을 야기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물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마무리하고 정기국회 일정에 들어갔지만 논의를 위한 계획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가상화폐와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이 국회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전금법 논의는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신사업을 구상하고 있던 핀테크 업체들은 늦어지는 법안 처리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원회는 전금법 관련 법안 심사를 위한 소위원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현재 각 당의 대선 경선 등으로 아직 소위 일정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여야의 대선 후보 선출이 마무리 된 이후 각 당 간사간 일정 조율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금법 개정안은 종합지급결제사업자·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도입, 간편결제의 후불결제 허용 등이 골자다. 당초 정무위는 올 3월 전금법 개정안 공청회 개최한 이후 소위에서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따른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후순위로 밀렸다.
전금법 개정안 논의 초기 불거졌던 금융 부처간 갈등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금융위와 한은행이 내부거래 외부청산, 오픈뱅킹 법제화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올해 국감에서 "잔여 쟁점을 협의해 올해 안에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금법 논의가 계속 늦어지고 있지만, 법안 심사는 기약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당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가상화폐 과세를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정책인 온플법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사업을 확장해 골목 상권을 침해할 경우 해당 사업을 분할할 수 있다는 급진적인 내용까지 담길 예정이다. 모두 내년 대선을 앞두고 휘발성이 큰 의제라 모든 이슈를 덮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정도 촉박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604조4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이번 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로 정기국회도 이날 종료된다.
법안처리를 기다리고 있던 핀테크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었던 중소 핀테크 업체들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올 초 전금법 논의가 시작될 때는 이렇게까지 늦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예산안 시즌과 대선 시즌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내년으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