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 시진핑에 '통일 환상 버려라'

시 주석 "통일 틀림없이 실현"…차이 총통 "방어 결심 보여줄 것"
中매체들, 차이 총통 연설은 '정치 코미디, 백일몽' 맹비난

[아시아경제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신해혁명 110주년을 맞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조국 통일과 부흥'을 강조하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주권과 국토 수호'로 맞불을 놨다. 시 주석의 신해혁명 연설은 대만 분리(독립)주의자들에 대한 경고이자 으름장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앞으로 더욱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신화통신 캡처)

차이 총통은 10일 가진 '중화민국(대만) 110주년 건국기념일(쌍십절, 10월10일)' 행사에서 "주권 확보와 국토 수호를 견지하겠다"면서 "대만인이 압력에 굴할 것이라는 환상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열린 중국 신해혁명 기념식에서 시 주석이 "완전한 조국 통일의 역사는 임무이며 틀림없이 실현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강경하게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조국을 배반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사람은 끝이 좋은 적이 없었다. 반드시 인민에게 버림받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 주석은 "그 누구도 중국 인민이 국가 주권과 영토보전을 수호하려는 확고한 결심과 의지, 강한 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하며 대만 현 지도부를 겨냥했다.

특히 시 주석은 연설에서 쑨원(대만 국부)의 정치사상이자 이념인 '민족 부흥'이라는 단어를 25번이나 사용했다. 이는 중국이 쑨원의 확고한 지지자이자, 파트너라는 점을 부각, 대만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차이 총통도 물러서지 않았다. 차이 총통은 "그 누구도 우리(대만)가 중국이 펼쳐놓은 길을 택하도록 강요하지 못하게 계속해서 국방을 강화하고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펼쳐놓은 길은 대만을 위한 민주적인 길도, 2300만 대만인의 주권도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대만의 독립을 재차 천명했다.

그는 또 대만의 미래는 대만인의 뜻에 따라 결정돼야 하며, 합병이나 주권 침해에 저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은 차이 총통의 연설문이 공개되자 곧바로 "대만 집권 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은 외부세력과 결탁, 미친 듯이 독립을 도모하며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차이 총통 등 민진당 지도부는 대만해협의 안정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조국의 보물섬이며 이 섬은 전체 중국 인민의 것"이라며 대만의 미래는 전체 중국 인민이 공동으로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대만 지도부 비난에 가세했다. 환구시보는 차이 총통의 쌍십절 연설은 정치 코미디이자 백일몽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양리셴 베이징 양안관계 연구센터 연구원은 "2300만 명의 대만 동포 중 본토와 전쟁하겠다는 동포가 과연 몇 명이나 될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차이 총통은 자신의 정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정치 쇼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1일자 지면 1ㆍ2ㆍ3ㆍ4면에 시 주석의 신해혁명 110주년 기념 연설 등 관련 기사를 게재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국제부 베이징=조영신 특파원 asch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