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현석기자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이수페타시스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주력 제품인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늘어나면서 증설 필요성이 커졌다. 연간 이자비용이 100억원을 넘기고 있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회사는 영업정지를 결정한 종속회사 이수엑사보드의 자산 등을 매각해 차입금을 비롯한 부채를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600억원 유상증자로 생산량 확대=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7일 공시를 통해 6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당 예정 발행가액은 2730원이며 신주 2197만8021주를 발행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다음달 17일, 상장 예정일은 11월18일이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인해 주주가치 희석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 수는 전체 주식의 약 53.2%에 해당한다. 최대주주 이수로 지분 22.78%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최대주주가 이번 유상증자 청약에서 100%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조달하는 600억원 가운데 420억원은 시설자금에, 나머지는 운영자금에 투입한다. 세부적으로는 유선네트워크 등 신규 설비 투자에 270억원을, 신규 설비 라인 구성을 위한 건물 신축에 150억원을 사용한다. 기간은 오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다. 또 원부자재 구매 등을 위한 운영자금에 180억원을 쏟을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학습 등 언택트 사회로 진입하면서 5G 및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서버 제품 수요가 늘고 있어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시설투자가 끝나면 앞으로 5년간 매출액이 누적으로 4200억원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또 시설투자로 인한 최종 생산량(CAPA) 확대는 월 4000㎡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증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다. 각종 전자 부품을 전기적으로 연결하고 또한 이들을 기계적으로 고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실적은 최근 몇 년간 정체였다. 2018년 매출액 5600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5142억원 매출에 영업손실 240억원으로 부진했다. 지난해도 매출액 5142억원으로 2019년과 비슷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 2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올해 상반기는 매출액 2167억원에 영업이익 133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167% 증가했다. 실적 개선 배경으로 수주 증가와 해외 법인 호조를 꼽았다. 올해 상반기 월평균 수주액은 310억원이다.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수주액 대비 19% 늘었다. 또 중국 법인은 상반기 네트워크 장비 매출 확대 등으로 2분기 흑자 전환했다.
◆부채비율 570%에 연간 이자비용 100억원= 이수페타시스는 차입금 부담이 크다. 차입금 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60.48%, 별도기준 39.50%다. 지난해는 각각 62.58%, 46.03%였다. 또 올해 상반기 단기차입금 규모는 연결이 2200억원, 별도 987억원이다. 장기는 각각 101억원과 30억원이다. 이로 인해 매년 내는 이자 비용이 100억원에 달한다. 2018년 91억원이었던 이수페타시스의 연간 이자 비용은 2019년 10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지난해는 소폭 줄어든 100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높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570.61%다. 지난해 498.05% 대비 7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이 확충되면 부채비율은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기업 탐방 보고서를 통해 유상증자 후 이수페타시스의 부채비율이 20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회사 측은 추가적인 재무 부담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이수페타시스는 종속회사인 이수엑사보드의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이 회사는 핸드폰의 부품으로 사용되는 고밀도다층기판(HDI) 및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2018년 매출액 1670억원에 당기순손실 10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매출액 1427억원에 당기순손실 408억원, 지난해도 매출액 1210억원에 당기순손실 112억원에 머무는 등 적자가 지속됐다.
회사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요 종속 회사이며 영업부진이 지속됐던 이수엑사보드의 영업정지를 결정했다"며 "이수엑사보드가 보유한 자산 등을 매각하고 차입금을 비롯한 부채를 상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재무관련 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