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기자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국내 고액자산가들이 바라보는 하반기 국내 주식 전망은 어떨까.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삼성증권의 고액자산가 절반 이상은 올여름 ‘서머랠리’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명 중 1명은 코스피가 3600선까지 강하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서머랠리란 여름철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펀드매니저들이 여름 휴가를 앞두고 가을 주식시장을 기대하며 미리 주식을 매수하고 떠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6일 삼성증권이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78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6월22~24일)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9%가 올여름 서머랠리를 기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서머랠리가 온다고 응답자 중 32%는 7~8월 중 코스피 기준 최고치가 3600선 또는 그 이상도 갈 수 있다고 답해 올해 서머랠리가 폭염수준으로 강하게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머랠리를 기대하는 이유로는 ‘기업실적 개선의 본격화(47.0%)’를 가장 많이 꼽았으며 ‘사회 전반의 코로나 극복 기대감(46.8%)’, 물리적 실적 개선뿐 아니라 국민들의 심리 개선도 투자에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서머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답변한 고객은 36.1%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과 금리 인상 등의 이슈가 부각’되면서 주가상승이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액자산가들은 올여름 투자 유망지역, 이른바 ‘투캉스’ 명소로 국내 주식시장(54.9%)을 가장 많이 선호했다. 한국에 이어 미국(31.2%), 중국(8.6%), 베트남(3.2%) 등이 투캉스 선호지역으로 꼽혔다. 한국의 대외 수출이 지난 5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수출 호조세가 이어짐에 따라 기업실적 증가, 경기회복 등의 기대감이 타 지역 대비 높다는 점이 선호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름휴가 전에 사놓고 떠나고 싶은 국내주식 테마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NAVER) 등 대형 실적주(42.7%)가 선택됐다. 그 뒤를 삼성SDI, LG화학, 카카오 등 지난해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성장주(29.2%)와 신세계, 현대백화점등 코로나 회복 관련 실적 개선주가 뒤를 이었다.
여름휴가 전 사놓고 싶은 해외주식 테마로는 응답고객의 44.8%가 애플, 알파벳, 페이스북 등 미국의 대표 빅테크 성장주를 선택했다. 이어 실적개선 기대감이 높은 캐터필러, 보잉 등의 산업재 종목이 21.9%의 선호도를 보였다. 코로나 이후 회복과 관련해 국내는 소비재, 해외는 산업재 중심으로 실적개선 수혜주를 꼽은 점이 눈에 띈다.
올해 변동폭이 컸던 게임스탑(GME), AMC엔터테인먼트(AMC)와 같은 밈(Meme) 주식 투자를 고려하는 고객은 2.8%에 그치는 등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경계심도 확인 가능했다.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의 올해(1월1일~5월31일) 국내주식 순매수 톱5는 모두 시가총액이 높은 거래소 종목으로 조사됐다. 업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아 등이 상위권에 위치했다. 해외주식도 국내주식과 마찬가지로 테슬라, 애플과 같은 성장주와 코로나 대표 피해주인 보잉 등 시가총액 상위에 자리하고 있는 종목 위주로 매수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투자방식에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30.1%가 비대면 문화 확산에 따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활용이 높아지고 언제 어디서나 주식시세, 뉴스 등을 확인하고 매매하게 된 것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거래가 있었던 10억원 이상 고객 중 온라인 채널 이용 고객 비중은 2019년 말 54.7%에서 지난해 말 71.0%로 급증했다. 뿐만 아니라 각 증권사의 유튜브의 동영상을 통해 공부하고 이를 투자에 활용한다는 응답이 25.1%로 나타나며 정보 획득의 대상 역시 온라인 채널로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