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여당이 발의한 이른바 '포털 알고리즘 공개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안은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기사배열 알고리즘 구성요소와 배치 기준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당은 인공지능(AI)와 알고리즘에 의해 뉴스를 편집하고 있다는 포털사의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법안 발의를 반겼다. 반면 야권은 법안이 통과되면 포털 사이트 뉴스 배열 등을 정부·여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가 포털 기사 배열의 기준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거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지난 7일 KBS1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여론조사를 해보면 우리 인구의 75% 정도가 포털 뉴스를 통해서 기사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 말은 결국 원하는 기사나 뉴스를 골라서 보는 것이 아니라 포털 알고리즘에 의해 강제되는 뉴스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이 알고리즘이 어떻게 짜여지는지 주요한 구성 기준과 그 내용들을 위원회에서 공개 검증하자는 것이 법안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은 사람 대신 'AI 알고리즘'이 뉴스를 대신 편집하고 있다. 카카오는 2015년 6월부터 개인 맞춤형 뉴스 추천 알고리즘 '루빅스'(RUBICS)를 모바일에 도입했다. 네이버 또한 2017년 2월 모바일 뉴스에 AI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에어스'(AiRS)를 적용했다. 당시 이른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등으로 뉴스 편집 공정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사람 대신 AI를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AI 추천 알고리즘'을 도입한 이후에도 공정성에 대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7월 네이버 부사장 출신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이 보좌진에 '다음' 뉴스 편집에 불만을 토로하며 "카카오 들어오라고 하세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외압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자메시지에는 당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다음' 메인 화면에 걸렸다는 이유로 카카오에 항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여권에선 포털 측에서 알고리즘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기사 배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알고리즘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언론개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가짜 뉴스를 통해 민의를 왜곡하고 여론을 왜곡하는 이런 현상들을 어떻게 규제 혹은 개선할 것이냐는 것과 언론이 아니면서 언론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포털의 편향성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해 기울어지지 않은 운동장으로 만들어놓을 것이냐. 이 두 가지 방향"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도 AI 알고리즘을 이용해 뉴스를 편집하고 있다는 포털사의 주장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독자 취향에 맞는 기사를 제공하려면 네이버와 다음이 자체 기준으로 각 언론사가 얼마나 진보적인지 보수적인지에 대한 기준을 정해 놨어야 한다. 근데 그렇게 안 한다"라며 "개인이 뉴스를 보는 성향(진보·보수)에 따라 기사를 매칭해 주는 게 아니라면 AI랑 알고리즘을 가지고 편집하고 있다는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야권은 법안이 통과되면 포털 사이트 뉴스 배열까지 정부·여당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포털 알고리즘 공개법'에 대해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의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한다"라며 "법안이 통과되면, 문재인 대통령 찬양하는 기사를 포털의 제일 잘 보이는 위치에 정부가 직접 자리 선정을 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이런 유치하기 짝이 없는, 반민주적인 발상을 할 수 있는지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남국 의원은 재차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 대표가 언제부터 공부도 안 하고 콘텐츠 없는 '깡통 정치인'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라며 "알고리즘 편향성의 문제는 최근 수년 동안 지적돼왔던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국민의 70~80%가 포털을 통해서 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알고리즘이 편향된 방향으로 구축된다면 우리의 인식과 사고는 철저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고, 민주주의를 위한 건강한 여론 형성도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네이버는 2018년 컴퓨터 공학·정보학·언론 등 3개 분야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된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한시적으로 운영한 바 있다. 위원회는 6개월간의 분석 끝에 알고리즘에 인위적 개입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냈다.
당시 네이버 기사배열공론화포럼에 참여했던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알고리즘 보완'이라고 했을 때, 시민들이 볼 수 있는 다양한 뉴스, 많은 뉴스를 효과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특정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게 해선 안 된다"라며 "필터버블(Filter Bubble·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 된 정보로 인해 되레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에 갇혀 획일화된 뉴스만 소비하게 만드는 근시안적 발상이다"라고 지적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