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채은기자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 개입을 시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법제화를 통한 제도권 흡수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선 전 본지 인터뷰에서 "과세는 하면서 제도화는 어렵다고 하면 옳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책위의장 인선이 늦게 이루어지면서(당 지도부 선출 5일이 지난 이날 오전, 박완주 의원이 임명됐다) 당론 확정도 미뤄지고 있다. 제도화가 곧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는 셈이라, 자칫 투기를 조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한 기류가 강하다.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청년층 민심을 고려해 과세 시점을 유예하고 자본시장법으로 끌어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반대 의견도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서 발의가 추진되고 있는 관련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안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자 보호와 거래자 실명확인 의무를 부여토록 한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 의원안은 가상자산 거래소 등 사업자에 해킹사고 방지 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가상자산법안’ 형태로 담을 전망이다. 이 같은 법안은 가상자산 관련 규제로서 유일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마련된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주요국 동향을 보면서, 보조를 맞춰나가면 되지 선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면서 "제도권 금융처럼 기업 자금으로 흘러가는 돈이 아니라 금융 개념으로 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미국에서도 주(州)마다 금지·육성 등 정책 기조가 다른 만큼 시장 동향을 더 신중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민주당 안팎에선 금융위원회 등 우려처럼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으로 끌어들일 경우 투자자들이 시장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경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나 제롬 파월 연준(FRB) 의장 등 연방정부 경제 수장들이 노골적으로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 각 지방정부 차원에서 법률을 제정해 시장을 관리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5일 있었던 고위 당·정·청에서는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만을 원칙으로 합의했다. ▲하루 거래 10조원 안팎, 400만 명이 참여하는 시장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시장 참여자를 보호하고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 ▲변동성이 큰 만큼 손실 가능성을 유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민주당의 ‘우왕좌왕’ 모습은 가상자산 과세유예를 놓고도 일어나고 있다. 이용우 의원, 홍익표 전 정책위의장 등은 과세 시점이 기존(2022년 1월 1일 시행)대로 가야한다는 입장이지만 김병욱·노웅래·이광재·양향자 의원 등은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지난달 28일 과세유예 문제에 대해 "더 늦추는 게 옳은지 아닌지 의견수렴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