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닮았지만 앙숙…세계 1·2위 부호의 '우주전쟁'

제프 베이조스 vs 일론 머스크
부모 이혼·이민자 출신 IT 사업가
우주 탐사라는 어린시절 꿈 현실로
나사 로켓 임대·특허 번번이 신경전

▲제프 베이조스 (왼쪽)와 일론 머스크(오른쪽)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지난 3일(현지시간) 민간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개발 중인 화성 이주용 우주선 ‘스타십’이 착륙 직후 폭발했다. 스타십 시제품이 시험발사 과정에서 폭발한 건 이번이 연속 세 번째다. 스페이스X는 2년 안에 스타십에 12명까지 태워 달까지 왕복한다는 계획이다. 화성에 탐사대를 보내는 게 최종 목표다. 앞서 지난해 12월9일과 지난달 3일에도 각각 스타십 시제품을 시험발사 했지만 모두 착륙 중 폭발한 바 있다.

또다른 민간 업체인 블루오리진은 최근 재사용 가능한 저궤도 우주관광용으로 개발한 ‘뉴셰퍼드’ 추진체와 캡슐의 14번째 시험비행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월 첫 유인 비행을 앞두고 거둔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가 잇따르지만 블루오리진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신비주의 전략을 취했다. 블루오리진보다 먼저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스페이스X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블루오리진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스페이스X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각각 이끌고 있다. 세계 부호 순위 1, 2위가 모두 우주개발에 빠져 있는 셈이다.

▲블루오리진의 '뉴 셰퍼드' 로켓

◆시작은 베이조스가 빨랐다=머스크와 베이조스는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모두 성공한 정보통신(IT)분야 사업가라는 점, 유년 시절 부모의 이혼을 경험했다는 점, 이민자 출신으로 아메리칸드림의 전형으로 꼽히는 점 역시 그렇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모두 ‘발명가’라는 성향도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이들을 가장 강력하게 결속시키는 공통분모는 ‘우주 탐사’라는 어릴 적 꿈을 사업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이다.

먼저 우주 개발에 뛰어든 건 베이조스다. 아마존닷컴이 본격 가동된 지 5년만인 2000년 블루오리진을 창업한 베이조스는 자신의 최종 목적지는 처음부터 우주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5살 때, 가족들과 함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장면을 보면서 대단히 흥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이는 내 열정의 원천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0년 시애틀 인근에서 세워진 블루오리진은 인류가 담청색 행성에서 유래했다는 의미를 담아 붙여진 이름이다. 블루 오리진은 민간 우주관광에 나설 재활용 로켓 ‘뉴 셰퍼드’와 ‘뉴 글렌’을 발사한데 이어 오는 2024년까지 달에 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중화는 머스크가 앞서=머스크가 2002년 창업한 스페이스X는 블루오리진보다 2년 늦게 창업하기는 했지만 우주 개발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을 실어나를 수 있는 최초의 민간업체다. 발사체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방식을 실제 적용한 데 이어 달·화성 탐사 유인우주선 ‘스타십’을 통해 마치 택배처럼 많은 사람과 여러 물건을 함께 싣는 방식도 구상 중이다.

스타십은 스페이스X가 본격적인 유인 우주 탐사를 위해 제작하는 대형 유인우주선으로, 100명 안팎의 승객과 150t의 화물을 싣고 우주를 오갈 수 있는 재사용 우주선이다. 업계에서는 우주로 향하는 가장 혁신적인 플랫폼으로 주목받은 스타십이 대중화될 경우 본격적인 우주산업 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물류뿐 아니라 관광,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이 가능하다. 머스크는 1200㎞ 상공에 태양광을 이용하는 저궤도 위성 수백 개를 띄워 전 세계에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2050년까지 화성에 100만명 규모의 유인기지를 세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우주개발에서도 앙숙=우주 개발을 꿈꾸는 두 억만장자는 경쟁자임과 동시에 앙숙관계로도 유명하다. 시작은 2013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안쓰게 된 로켓 발사대 39A를 장기 임대할 계약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이 맞붙으면서다. 아폴로 11호를 쏘아올린 역사적인 발사대를 두고 두 사람은 경쟁했지만 승자는 스페이스X였다.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을 만드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두고 또 부딪혔고, 블루오리진이 출원한 특허가 2014년 인정 받자 스페이스X가 이 특허를 무효로 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특허 15개 가운데 13개를 철회해 스페이스X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후에도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신경전을 벌였고, 지난해에는 머스크가 아마존닷컴이 코로나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전자책 출판을 거절하자 트위터에 "아마존을 해체할 시간. 독점은 틀렸다"며 대놓고 베이조스를 저격하기도 했다.

◆‘우주 시장’ 규모는 1조달러?=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X는 우주 탐사라는 공통의 목표를 갖고 있지만 사업 방식에서는 확연히 다르다. 스페이스X와는 달리 블루오리진은 민간업체들과 적극 협력하는 방식으로 우주개발사업을 진행해왔다. 블루오리진은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다른 민간기업들에게 로켓을 판매하는가 하면, 유럽의 에어버스와 공동으로 달 탐사 경연대회인 ‘문레이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인터넷 사업에서 캐나다 지역 민간 업체와 제휴하는 이 방법 역시 블루오리진이 스페이스X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우주개발의 지향점도 다르다. 블루오리진은 달에 우주기지를 세우고 달나라 여행이 목표이지만, 머스크는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호 1·2위를 다투는 이들이 모두 우주로 시선이 향한 것은 우주야 말로 아직 미개척된 마지막 ‘블루오션’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40년에는 세계 우주 시장이 1조달러(약 112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7일(현지시간) 기준 제프 베이조스는 1770억달러, 일론 머스크는 1570억달러의 순자산을 기록하며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서 각각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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