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희기자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여주인공 로지나는 젊고 예쁜 아가씨다. 로지나의 후견인인 나이 많은 바르톨트 백작은 로지나를 구속하고 로지나와 결혼하려 한다. 로지나는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받아 바르톨트를 따돌리고 젊은 백작 알바비마와 결혼한다.
소프라노 박혜상은 지난해 영국의 오페라 축제인 글라인본 페스티벌에서 로지나 역으로 출연해 주목받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인 도이치그라모폰(DG)의 클레멘스 트로트만 사장이 기억에 남는 오페라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듯 하다며 박혜상을 극찬했다. 그리고 "다음 CD는 뭘로 만들까?"라고 말했다.
그렇게 박혜상은 지난 5월 DG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6월 DG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박혜상은 지난 10일 오드포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DG와의 계약은 상상하지도 못 했던 일"이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낯설고 어색한 여정이었지만 DG 데뷔 앨범을 통해 많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어 많이 설렌다.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겠다."
소프라노 박혜상 [사진= 크레디아 제공]
박혜상은 데뷔 앨범 레퍼토리를 열 번 이상 수정할 정도로 선곡에 고심했다며 수브레토 아리아를 많이 담았다고 했다. 수브레토란 오페라에서 귀엽고 발랄한 아가씨, 재치있는 하녀 역을 맡는 소프라노를 말한다.
"수브레토 역할이 마음에 든다. 그들에게도 헤쳐나가야 할 삶의 고난이 있는데 그들은 절대 유쾌함, 즐거움을 잊지 않는다. 그 부분이 저와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대단한 것을 얻어도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다. 소박해도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로지나는 작고 소소한 것에서 얻는 행복이 얼마나 큰 지를 알고 있는 캐릭터여서 내가 너무 닮고 싶은 캐릭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모두가 힘들지만 즐거움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데뷔 앨범에 한국어 노래도 두 곡 담았다.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이다.
"한국인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한국 작곡가와 문화를 알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한국 가곡을 부르는 것이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DG에서는 한국 가곡이 낯설 수 밖에 없지만 그 경계를 허물어보고 싶은 도전의식도 있었다. 한국 노래를 들려주면 외국인들이 많이 좋아한다. 새롭고 신선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리사이틀 때마다 한국 가곡을 불렀고 많이 알리려 노력했지만 더 많이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혜상은 오는 2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DG 데뷔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한다. 박혜상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레퍼토리를 정했다"며 "희망을 주는 곡과 슬픔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헤쳐나가는 곡들을 부를 것"이라고 했다.
박혜상은 "최근 주목받는 것이 사실 굉장히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저한테 그런 상황이 주어졌다면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어떤 의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겠다. 주목받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