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벌어졌다' '3명 사망 긴박했던 부산 지하차도 침수 당시 상황

차량 진입할 때 바퀴 2/3까지 차오르던 물
3~4분 만에 유리창 아래까지 솟아
소방당국, 고립 인원들 구조…3명 숨져

23일 침수된 부산광역시 부산역 인근 제1지하차로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갇힌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다. 이날 사고로 총 3명이 숨졌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부산 초량 제1지하차도가 기록적 폭우로 침수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장소에서 생존한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순식간에 차도 위 수 미터까지 물이 차올라 대피할 겨를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와 현재 부산 한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A 씨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피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23일) 오후 10시30분께 부산역 인근에 있는 제1지하차로에서 발생했다. 이날 A 씨가 탑승한 차량을 포함해 차량 여러 대가 해당 차로에 진입했다.

당시 차로 안에는 물이 고여 있기는 했지만, 높이가 바퀴의 2/3 밖에 오지 않았던 데다 지하차도 입구에 경고 문구나 주의 안내도 보이지 않아 차량들은 앞차를 따라 자연스럽게 진입했다.

그러나 지하차도 중간에 이르렀을 때 차량이 하나 둘 멈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차 뒤 3분께가 지나자 차 양 옆으로 갑자기 빗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빗물은 삽시간에 차 유리창 밑까지 올라왔고, 차량 틈새를 통해 내부로도 유입되기 시작했다. 일부 차량은 물에 잠겨 붕 떠오르기까지 했다.

24일 침수 피해가 발생한 제1지하차도 모습. / 사진=연합뉴스

운전자들은 휴대전화를 이용해 가족에게 상황을 알리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일부 운전자는 겁에 질려 문을 열거나 창문을 깨려고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물의 압력이 너무 커 차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간이의자 등 사물을 이용해 차창을 깼을 때는 이미 물이 너무 차올라 발이 땅에 닿지 않았다.

한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지하차도 2.5m 높이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였다. 이 차도의 출입구 높이는 3.5m다.

당시 차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은 물 위에서 손을 휘저으며 '살려달라'고 소리를 쳤고, 일부는 차 지붕 위로 올라가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소방대원들은 밧줄로 몸을 고정한 후, 차도 안으로 진입해 갇힌 인원들을 구조한 뒤 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구조된 이들 중 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고, 1명은 사고 발생 5시간여 만에 지하차도에서 숨진 채 발견돼 총 3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호우는 시간당 81.6㎜를 기록해 1920년 이래 10번째로 가장 큰 강수량을 기록했다. 특히 호우경보 발령 이후 3시간에 걸쳐 부산 대부분 지역에 200㎜ 가량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져 여러 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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