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겜스] '스타 프로게이머 경험…바둑게임 기획에 큰 도움'

한게임 바둑 '복면기왕' 기획
"스타와 바둑, 고도의 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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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근 NHN GB기획팀 매니저

[아시아경제 이진규 기자] NHN의 한게임 바둑 기획 업무를 맡고 있는 유현근 매니저(31)는 2008~2010년 온게임넷에서 스타크래프트(스타)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적이 있다. 그의 주 종족은 '저그'였다. 그는 초등학생 당시 바둑기사를 꿈꿨고 초등학교 6년 내내 바둑을 배워 바둑 3단이 됐다. 하지만 스타를 즐기게 된 이후 동네 형들로부터 '스타 좀 한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고 TV 속에 비춰지는 프로게이머들의 모습에 반해 프로게이머의 길에 들어섰다.

부모님과 친구들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프로게이머가 됐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동네에서 날리던 그도 전국에서 스타 좀 한다는 프로게이머들이 모인 프로 세계에선 한계에 부딪혔다. 그는 "프로게이머 경험은 게임 기획자인 지금의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프로게이머 관점으로만 본다면 나는 실패한 프로게이머"라며 "아마추어 시절엔 여러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지만 프로게이머가 된 이후로는 2군 선수로만 지냈다"고 했다.

스타2가 나오고 스타 인기도 시들해지면서 유 매니저는 은퇴를 결심했다. 그렇게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던 그는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게임회사의 자유로운 업무 분위기를 전해들었다. 순간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사표를 내고 컴퓨터 학원 등을 돌며 게임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다. 학원에서 게임 개발 외에 기획도 해보라고 권유를 받은 그는 기획 업무까지 배웠다.

2018년 NHN에서 한게임 바둑 게임 기획 업무를 맡게 되면서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의 스타 실력이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스타와 바둑은 전체 판을 짠다든지, 상대방의 수를 읽는 등 고도의 전략 게임이라는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면서 "초등학교 6년간 바둑을 배우지 않았다면 프로게이머도 되지 못했을 것이며, 프로게이머 경험도 지금 게임 기획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기획한 '복면기왕' 콘텐츠는 프로 바둑기사들이 얼굴을 가린 채 바둑을 두는데 게임이용자들은 대국만 보고 사이버머니를 배팅하는 방식이다. 이 콘텐츠는 이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 지난 5월 오픈 초기 대비 이용자가 30% 정도 늘었다. 유 매니저는 "스타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일반인들이 바둑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소를 찾고 싶었다"며 복면기왕의 성공 비결을 털어놨다.

그동안 끊었던 스타도 다시 시작하며 이제는 아마추어 게이머의 즐거움도 누리고 있다. 그는 "프로게이머가 꿈인 자녀들을 둔 부모님들의 걱정이 큰 경우를 자주 봤다"면서 "프로게이머로 실패해도 얼마든지 다른 도전의 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진규 기자 jkme@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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