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봉석기자
최근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대규모 집단 식중독 사건이 발생했다. 누적 확진자는 60명이며, 일부 아이들은 용혈성요독증후군(HUS·일명 햄버거병) 증상을 보이고 있다.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장출혈성대장군 감염증의 합병증 중 하나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몸이 붓거나 혈압이 상승하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되며 용혈성빈혈, 혈소판 감소증 등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내 아이가 햄버거병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는 학부모들의 근심과 걱정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장출혈성대장균을 포함한 병원성대장균의 전파경로는 오염된 쇠고기(햄버거 패티), 소의 배설물을 이용해 키운 채소를 섭취한 경우, 우유 및 그 제품을 충분히 익히지 않거나 감염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즉, 병원성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은 O-157 대장균과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세균에 의해 오염된 식품을 제대로 조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O-157 대장균의 경우 강한 독성을 방출하기 때문에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물론 용혈성요독증후군까지 유발할 수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미국농무부(USDA),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 구성된 IFSAC(The Interagency Food Safety Analytics Collaboration)에서 2019년에 발표한 식중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O-157 대장균으로 인해 발생한 식중독의 75%는 소고기와 뿌리식물(연근과)에 의해서 발생되었다. 지난 2011년 독일과 프랑스에서 장출혈성대장균에 오염된 호로파 싹을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감염된 환자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한편, 사회적으로 식중독 관련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여러 식품군 중 유독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논쟁이 활발하게 벌어진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병원성대장균의 원인식품은 덜 익힌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과 콩나물, 시금치 및 상추 등 오염된 채소, 햄, 어패류, 도시락 등 널리 분포되어 있다.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우유 및 유제품은 살균 처리가 되지 않은 제품을 섭취했을 때 뿐이다.
국내에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모든 우유 및 유제품은 100% 살균 처리되어 냉장 유통되기 때문에 O-157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을 일으킬 수 없다. 또한, 우유는 목장에서부터 유해 잔류물질 검사와 생산과정에서의 여러 단계의 검사를 거치면서 철저하게 관리되어 유통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장출혈성대장균은 살균하지 않은 우유를 통해 전파될 수 있으나 우리나라 우유 중 살균과정을 거치지 않고 유통되는 제품은 없으며,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70도에서 1분간만 가열해도 사멸한다”며, “식중독의 원인으로 우유를 꼽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의 사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과 같이, 식중독의 원인을 우유로 보기에는 힘들 것이다.
급성 혈성 설사와 경련성 복통을 동반하는 장출혈성대장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인성 감염병의 기본 예방 수칙을 잘 지켜주어야 한다. 식사 전후 및 화장실 이용 후에 비누로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보균동물 및 감염자와 접촉 시 위생을 깨끗이 해야 한다. 물은 끓여 마시고 채소나 과일은 깨끗한 물에 씻어 껍질을 벗겨 먹는 것이 좋으며, 고기류의 음식은 반드시 익혀 먹는 것이 좋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병원성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여름철 걸리기 쉬운 질병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봉석 기자 mail0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