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완기자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클럽 '메이드'에서 용산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아직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고 불안해요.", "지역 감염으로 번질까 무서워요."
서울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확산세가 꺾이면서 큰 고비는 넘겼지만,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확진자가 부천 나이트클럽과 여러 유흥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재유행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A 씨가 해당 시설을 이용한 후 대중교통으로 이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집단감염 뇌관이 될 수 있어 불안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지역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경기 부천시에 따르면 경기 광주 송정동에 거주하는 베트남 국적의 A(32) 씨는 이달 1일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후 9일 오후 11시 48분부터 10일 0시 34분까지 부천 나이트클럽을 방문했다.
A 씨가 나이트클럽에 있을 당시 약 250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지인 32명, 인근 호프집과 노래방서 6명, 택시를 이용하며 1명과 접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검체 검사를 받은 15일에는 택시와 지하철을 이용해 경기 광주 자택으로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부천시와 방역당국 등은 나이트클럽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가 나오면 접촉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해 방문자들의 자발적인 검체 검사를 호소하고 있다.
한 클럽에서 남녀가 유흥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나이트클럽 방문자 명부는 확보했지만, 시간대별로 언제 누가 들어왔는지를 특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서 당시 접촉자 규모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역당국이 시설 방문자에게 연락을 드리고 있지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며 "9일 오후 11시 48분부터 10일 0시 34분 사이 부천 소재 '메리트나이트'를 방문하신 분은 관할 보건소나 1339에 문의해 진단검사를 받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요청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지역 전파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방역당국에서 A 씨의 접촉자 규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감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직장인 B(29) 씨는 "이태원 클럽 때문에 한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반응도 있었지만, 다시 안정세를 되찾았다"라면서 "하지만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번엔 해당 환자가 이곳저곳을 다녀 역학조사가 오래 걸리는 것 같더라. 현재 알려진 접촉자 이외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들었다. 이러다 지역 감염으로 번질까 무섭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C(26) 씨는 "겨우 진정된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나이트클럽이란다. 자꾸 한 사람으로 인해 국민이 모두 고통받는 상황이 생기는데 법적인 조치라도 취해서 막아야 하지 않나 싶다"라며 "이번에도 결국 여러 유흥시설을 다닌 이 확진자 하나로 인해 감염자가 급증하게 되면 모든 것이 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태원 클럽 방문자 가운데 2000여 명 정도가 연락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예 연락이 안 되는 이들에 대해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보건소 앞 마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선별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태원클럽 방문자들 코로나19 검사 회피 시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자신을 아이 둘을 키우는 엄마라고 밝힌 청원인은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점점 코로나 사태가 좋아지는 것 같아 이제 조금만 지나면 학교도 갈 수 있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 해줬다"라면서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해준 지 며칠도 되지 않아 또다시 코로나 확진자들이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버티면 모두가 원하는 평범한 일상생활로 금방 돌아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그런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람들 때문에 물거품 되었다는 것에 너무 화가 난다"며 "이태원클럽에 방문했던 모든 방문자들이 검사를 회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면 추후 코로나에 확진이 되어도 치료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자가 부담으로 하게 해달라. 아니면 처벌을 따로 받게 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는 지역사회 감염은 곳곳에 발생하고 있으므로 경각심을 놓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전부터 새로운 장소나 상황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할 것이라고 방역당국, 전문가 등이 누차 경고했었다"라면서 "특히 국내 외국인 체류자들이 많은데 비용적인 측면 등으로 인해 검사율이 낮다. 또한, 불법 체류자의 경우 추방당할 것을 두려워해 검사받기를 꺼린다. 이 때문에 제도권에서 관리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베트남 확진자 이전부터 이미 지역사회 감염이 곳곳에 국지적으로 있는 상태다. 여전히 여러 지역에 '조용한 전파' 이뤄지고 있다. 원인불명 환자들이 5% 정도 집계되고 있는데 경각심을 놓으면 안 된다"며 "지역 감염 전파가 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을 권하고, 마스크뿐만 아니라 손 씻기, 기침 에티켓, 환경위생 등을 다 지켜야 예방 효과가 좋은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