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구내식당엔 '짜파구리 특식'…미국 월마트에선 '짜파구리 컵라면'

농심, 미국서 짜파구리 용기면 출시…다른 해외지역도 제품화
하이트진로, 필라이트·참이슬 브랜드 '기생충 특수' 효과 톡톡

짜파구리 조리법 영상.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8분 뒤 도착하니까 '짜파구리' 해주세요. 우리 다송이가 제일 좋아하는 거니까. 냉장고에 한우 채끝살 있을 텐데 그것도 좀 넣고." 영화 '기생충'에서 연교(조여정)는 폭우 때문에 캠핑을 중단하며 집으로 가는 길, 가정부 충숙(장혜진)에 전화해 지시한다. 짜파구리는 인스턴트 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저렴한 요리지만 연교가 한우 채끝살을 넣으라는 대목에서 계층에 대한 풍자를 나타낸다. 기생충의 또 다른 장면에선 대표적인 저가 맥주 필라이트와 소주 참이슬이 등장한다. 우중충한 반지하방에서 가족과 함께 필라이트를 나눠 마시던 기택(송강호)은 아들이 부잣집 가정교사로 취업한 뒤 삿포로 맥주를 나눠 마신다.

짜파구리와 필라이트 등 영화 기생충에서 계층간의 사회 양극화를 상징하던 먹거리들이 아카데미 상 수상으로 화제가 되며 세계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다.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앞).

12일 미국 농심 법인은 짜파구리 용기면(컵라면)을 신상품으로 출시한다. 농심 관계자는 "기생충 수상으로 해외 관심이 집중되면서 구매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에서는 라면을 섞어 먹는 조리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제품을 낼 계획을 세웠고, 우선 미국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반반 섞어 끓인 모디슈머(자신의 뜻대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로 탄생한 제품이다.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화제가 됐다. 농심은 우선 미국 시장에 짜파구리를 내놓은 뒤 반응을 보고 다른 해외 지역서도 제품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조리법이 이미 널리 알려져 별도 제품은 내놓지 않을 계획이다.

농심 짜파구리 영국 홍보물(뒤).

농심은 자사 유튜브 채널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는 물론 독일어, 포르투갈어, 베트남어, 미얀마어 등 총 11개 언어로 짜파구리 조리법을 소개하는 영상도 올렸다. 세계 각지에서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짜파구리는 현지 요리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어서다. 기생충이 개봉한 영국에서는 영화 기생충 패러디 포스터와 조리법을 넣은 홍보물을 제작해 짜파구리를 알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짜파구리 열풍에 다시 불이 붙었다. 11일 CJ ENM 구내식당 점심 메뉴에는 '소 등심을 넣은 짜파구리'가 올라왔다.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수상의 기쁨을 함께하기 위해 짜파구리를 선택한 것이다. CJ 관계자는 "발 빠르게 메뉴를 준비해 준 회사의 센스에 감사함과 동시에 우리 회사가 투자ㆍ배급한 작품이 전 세계에 위상을 떨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동안 우울한 소식만 가득해 침울했는데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란 쾌거가 전환점이 되길 바라며 팀원들과 기생식(기생충 특식)을 음미했다"고 말했다.

농심도 기생충 특식을 함께한다. 농심 구내식당은 매주 금요일마다 '누들데이'로 정하고 라면 메뉴가 나오는 데 14일 메뉴가 바로 짜파구리다. 수상 축하 의미 이외에도 영화에 간접광고(PPL)을 하지 않았음에도 영화 흥행이 제품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것에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주류 업체 하이트의 저가 맥주 필라이트와 소주 참이슬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짜파구리 열풍에는 못 미치지만 전 세계에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는 평가다. 기택 가족들이 함께 모여 맥주를 마시는 장면에 등장하는 필라이트는 평균 맥주값보다 40% 저렴하다. 대형 마트 등에서 12캔을 1만원에 구매할 수 있어 수입 맥주와 비교할 때는 절반에 불과해 저렴한 가격에 영화 기생충이라는 화제까지 더해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우(최우식 분)가 민혁(박서준 분)과 편의점에서 술을 마실 때는 참이슬이 등장하며 소주에 대한 해외 각국의 관심도 높다. 하이트 측은 수년 전 필라이트를 홍콩 시장에 소개한 바 있다. 향후 필라이트의 수출 지역 확대도 검토할 계획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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