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두달새 2억 훌쩍 뛴 수원… '뛰어도 너무 뛰었다'

매주 집값 1%씩 급등… 수도권 집값 견인하는 수원 가보니

광교신도시는 급상승 멈췄지만 분당선 매교역 주변 재개발 호재
수원이 '新 버블세븐' 상승 주도

매도자들 기대감에 호가 훌쩍
일단은 거래절벽… 시장은 잠잠
매교 일대 "전매 본격화되면 더 뛸 것"

▲ 공사가 진행중인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교역 푸르지오 SK뷰' 현장 (사진=이춘희 기자)

[아시아경제 수원=이춘희 기자] 10일 찾은 경기 수원시 분당선 매교역 주변은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이었다. 노후 주택이 밀집했던 이 일대 구도심은 4개 구역 총 1만1799가구의 대규모 재개발을 위한 철거와 터파기공사로 분주했다. 주변 중개업소들 역시 활기가 넘쳤다. 각자 달리 온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중개인의 설명을 듣기도 했다. 강남권 등 서울 주택 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매교동 M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이 진척될 때마다 가격이 뛰고 있다"고 전했다. 인근 H공인 대표 역시 "이 일대 84㎡(전용면적) 입주권의 프리미엄이 두 달 새 1억5000만원 뛰었다"며 "지금도 계속 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단지의 청약이 끝나면 낙첨자들이 다른 단지의 입주권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정부의 지난해 12 · 16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강남권 주택 거래가 얼어붙은 사이 수도권과 일부 지방 주택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지난 7주간 경기 수원ㆍ용인ㆍ광명ㆍ안양ㆍ구리시 등 수도권 일대는 물론 대전ㆍ세종시 집값이 2% 이상 뛰었다. 강남권 규제의 풍선효과가 '신(新) 버블세븐'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 2006년 집값 상승기 당시 강남권의 집값 상승이 양천구와 분당ㆍ용인ㆍ안양 등으로 번지며 '버블세븐'을 만든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실제 11일 한국감정원 주간 아파트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대책 발표 이후 이후 이달 3일까지 7주간 집값이 2% 넘게 오른 곳은 이들 7개 지역 뿐이다. 경기에서는 수원(4.74%)ㆍ용인(3.23%)ㆍ구리(2.36%)ㆍ광명(2.34%)ㆍ안양시(2.00%) 등 5곳이 2% 넘게 집값이 뛰었고 세종(3.92%), 대전(2.24%)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상승률이 0.62%에 그쳤고 서울과 강남4구의 변동률이 각각 0.37%, 0.16%이었던 것과 확연히 대비되는 급등세다.

▲ 다음달 철거가 예정된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사진=이춘희 기자)

특히 수원은 최근 다양한 호재를 안고 매주 집값이 1% 안팎씩 뛰며 수도권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매교역 주변은 수원시내에서도 가장 집값 상승세가 뜨거운 곳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일반분양한 2586가구의 팔달6구역(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을 비롯해 팔달8구역(매교역 푸르지오 SK뷰 · 3603가구), 팔달10구역(3432가구), 권선6구역(2178가구)가 현재 분양 예정이거나 철거 단계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의 84㎡ 조합원 입주권은 지난달 7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이 아파트의 지난해 12월 일반분양가는 5억9500만원(기준층)이었다. 두 달도 채 안돼 1억7500만원이나 급등한 가격이다. 이 지역 A공인 관계자는 "수원시는 전매제한이 6개월에 불과하다"며 "전매가 본격화되면 가격은 더 뛸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 집값 상승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가격 상승을 주도한 곳은 광교신도시다. 이미 정부 대책 발표 전에 호가가 수억 원씩 뛰며 신 버블세븐 현상을 예고했다. 신도시 내 이의동 '자연앤힐스테이트' 84㎡는 지난해 9월 10억5000만원 선이었던 실거래가가 지난해 12월에는 12억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호가는 13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지역 G공인 대표는 "올해 들어 거래가 3건밖에 없었다"며 "매도 - 매수 희망가 차이가 2억원 가까이 벌어져 거래가 실종된 상태"라고 전했다.

▲ 경기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호반베르디움 더퍼스트' (사진=이춘희 기자)

신분당선 연장선 호재가 반영되며 가격이 급등한 권선구 호매실지구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난해 12월 최고 5억9000만원이었던 '호반베르디움더퍼스트' 84㎡ 실거래가는 지난달 7억7000만원으로 치솟은 이후 거래가 끊겼다. 연장 구간의 절반 이상이 단선(單線) 구간이라는 게 알려진 가운데에서도 매도자들이 호가를 9억원까지 끌어올린 탓이다.

일선 중개업계는 집주인들의 기대가 잔뜩 부푼 상태여서 당분간 매도 호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곡동 C공인 대표는 "지금 같은 거래 절벽에서는 마음 급한 매수자가 덥썩 물면 그게 바로 시장 가격이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현지 중개업소들 사이에서도 "수원 집값이 뛰어도 너무 뛰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분위기다.

국토부 관계자도 "대책 이후에도 국지적 집값 상승이 이어지는 일부 지역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며 "과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규제지역 지정 등을 포함해 언제라도 즉각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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