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자전거 도둑'이 원작, 연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

21일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개막…명품 사려 치킨배달하는 '수남'의 이야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소설가 박완서씨가 1979년 발표한 소설 '자전거 도둑'이 연극 무대에 오른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올해 마지막 청소년극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을 오는 21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서울 용산구 청파로 소극장 판에서 공연한다.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은 박완서 작가의 '자전거 도둑'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자전거 도둑'은 1970년대 빠른 속도로 근대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부도덕성을 10대 청소년 '수남'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이를 통해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은 원작의 1970년대 배경을 현재로 각색해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하는 청소년'의 현실을 직관적으로 그린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전거 배달을 하던 소설 속 1970년대의 '수남'은 명품을 사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하는 2019년 '수남'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소설은 '수남'과 그 주변 어른들의 부도덕성에 집중했지만 연극은 '수남'의 친구들과 헬멧을 쓴 소년을 등장시켜 일하는 청소년들의 날선 감정과 차가운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이 시대의 '수남'을 통해 10대 후반의 나이, 청소년과 성인의 과도기에서 사회를 전면으로 마주한 인물들을 지극히 현실적이고 치열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자전거도둑헬멧을쓴소년'의 연출은 '두뇌수술' '1984' 등을 연출한 윤한솔이 맡는다. 윤 연출이 청소년극을 연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어른들의 시선과 말로 보여지는 청소년들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제대로 보지 않고 있었던 청소년들의 실제이야기를 그들의 말과 시선으로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가 볼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에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각색은 신예작가 김연주가 맡는다. 김연주 작가는 2019년의 수남이 가질 수 있는 욕망 찾기부터 각색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일을 하는 수남을 통해 청소년 노동의 현실과 그들이 마주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과연 그 노동은 그들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 다 주고 있는지 사회에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청소년들이 적극적인 창작 파트너로 동행했다. 연출진은 학생들과 희곡을 같이 읽어보고 의견을 나누는 워크숍을 했고, 배우들은 직접 거리에 나가 일을 하고 있는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청소년들의 목소리와 현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배우들은 무대에 설치된 트랙 위를 쉴 틈 없이 질주하며 청소년들의 질주하는 엉켜버린 감정을 표현할 예정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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