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대로...'DIY 보험'이 뜬다

필요한 보장만 선택 가입 가능
업계 출혈 경쟁속 틈새 전략

[아시아경제 박지환 기자] #30대 후반의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암보험 상품을 하나 더 가입했다. 10년 전 가입한 암 보험이 있지만 암은 한국인 사망원인 1위의 질병으로 더 철저한 대비를 위해서는 보장금액이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주변 지인들의 경우 일반암 진단비 보장액이 5000만원 정도인데 자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300만원에 불과한 이유가 컸다. 박씨는 "과거에는 보장금액을 늘리기 위해 보험사가 기본계약에 특약까지 일률적으로 구성한 상품에 가입해야 했지만 이제는 꼭 필요한 담보만 선택 가입할 수 있어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가 고객이 꼭 필요한 보장만 선택 가입할 수 있는 DIY(Do It Yourself)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DIY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취향대로 직접 만들어 쓴다는 의미다.

기존 보험 상품들은 개인의 음주, 운동량 등 생활습관이나 가족력 등의 개인별 고려 없이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구성한 담보에 가입하는 구조였다. 가입금액 역시 정해져 있어 가입을 했더라도 보장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DB생명은 지난 9일 고객 스스로 보장내용을 선택, 가입할 수 있는 DIY 컨셉의 다이렉트 종합건강보험 상품인 '나만의 레시피 보장보험'을 선보였다. 기본보장인 재해사망보장에 5대질병 진단, 입원, 수술 등의 세분화한 보장을 탑재해 고객이 원하는 보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상품은 총 20개의 선택 특약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장내용을 구성할 수 있다.

KB손해보험도 최근 각 부위별로 암에 대한 보장을 선택할 수 있는 'KB암보험건강하게사는이야기'를 판매 중이다. 부위별암 진단비를 탑재해 고객이 원하는 부위에 대한 암보장을 최대 2000만원까지 추가 보장 받을 수 있다. 각 부위별 암진단비를 활용해 원하는 보장만 선택 할 수 있는 '미니 암보험' 형태로도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가입시 30세 남성, 20년납 20년만기, 각 부위별 암진단비 2000만원 기준으로 위암보험(1038원), 폐암보험(538원), 간암보험(938원), 대장암보험(918원) 등이다.

최근 보험사들의 DIY 보험 출시 움직임은 보험업계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 있다. 현재 국내 보험업계는 보험가입률이 98.4%에 달해 신규 고객은 늘리기 어렵고, 경기불황이 길어지면서 기존 가입 보험까지 해약이 늘어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업계 전체가 레드오션이 되버린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보장을 직접 선택하고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는 DIY형 수요를 향후 신시장 확보의 돌파구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특정 암 진단비를 늘리기 위해 자신에게 발병 확률이 낮은 암 부위 담보 가입까지 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보장선택과 보험료를 수준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는 DIY보험 상품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환 기자 pjhyj@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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