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유탄 맞은 中企…납품보류·인력 감축

日 수출규제 간접 피해 우려하는 중소기업들
불확실성에 계약 보류 등 간접피해 확산

‘아베 규탄 3차 촛불 문화제’가 3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확실성이 커진 중소기업들이 고육지책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중소 시스템반도체 업체는 터치스크린에 탑재되는 IC칩 양산을 앞두고 납품 계약을 보류했다. 원재료인 웨이퍼를 일본에서 수입하기 어려워지면 원재료 가격이 오를 수 있어 우선 납품 계약을 미룬 것이다. 이 회사는 10억원을 들여 칩 설계와 개발을 마무리했고 매출이 발생하기 직전에 일본 수출 규제와 맞닥뜨렸다. 반도체 칩을 위탁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는 개별허가 대상 품목으로 지정된 '불화수소'로 납기일이 지연되는 문제도 걱정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공장에서 대기업 물량을 먼저 소화해야한다고 할 경우 납기일을 맞추기 어려워진다"며 "그동안 중국ㆍ대만 업체들과 비교해서 기술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는데 원가가 인상되거나 납기 지연까지 발생하면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반도체 관련 또 다른 중소기업 대표도 "도쿄 올림픽 전까지 수출규제가 지속된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중소기업인들이 '불확실성' 때문에 막막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출규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중소기업들도 유탄을 맞고 있다.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것에 대비하는 기업들이 생산 설비 투자까지도 줄이고 있어서다. 대전에서 산업용 장비 전장판넬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은 최근 직원을 4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전장판넬을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지만 최근 원자재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대기업들이 시설 투자를 줄이고 있어 발주량이 급감해서다.

이 회사 대표는 "매출이 작년과 비교해 80% 가량 감소했는데 원자재 수급이 어려워지면 시설투자나 일정이 밀릴 수 밖에 없어 우리같은 중소기업들은 너무 버티기가 어렵다"며 "지금은 생존이 급급해서 기술을 개발할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국산화에 성공해도 납품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섞이 전망도 있다. 한 벤처기업은 "미국에 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우회 납품하는 방식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면서 "중소벤처기업이 기술력이 있어도 품질관리와 양산 시스템의 문제를 빌미로 납품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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