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에 설치된 소녀상이 개막 사흘 만에 전시에서 제외됐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 그 후’에 배치됐던 ‘평화의 소녀상’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의 일방적인 통보로 3일 오후 6시부터 관람 길이 막혔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시에 항의하는 팩스와 메일, 전화가 사무국 업무를 마비시켰다”고 설명했다.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중단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표현의 부자유, 그 후는 그동안 일본 정부의 외압으로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현대미술 작품들을 한데 모아 소개한 기획전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김운성·김서경 조각가의 소녀상을 비롯해 안세홍 사진가의 ‘겹겹’ 연작, 일왕을 정면으로 겨눈 영상 작업 등을 전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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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개막 전부터 일본 정부 인사들과 우익 세력으로부터 중단 압력을 받았다. 특히 정부 대변인인 스가 관방장관은 2일 정례 회견에서 “(행사와 관련한) 정부 보조금 교부 사실관계를 조사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 시장은 “(위안부 문제가) 사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망언을 내뱉기도 했다.
실행위원회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전시장을 잠정 폐쇄했다. 사실상 철거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일본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이 내려지기는 2012년 도쿄도립미술관에 전시됐던 20㎝ 크기 모형 소녀상에 이어 두 번째다. 큐레이터들과 참여 작가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적 폭거이며 전후 일본의 최대 검열 사건이 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