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락에 호들갑?' 급락에 무뎌진 韓 증시…코스피 10일 중 하루꼴 1%대 ↓

악재에 흔들리는 증시, 사흘 만에 상승출발했지만…
올 들어 1% 이상 하락 13회…2017년 年 11회 벌써 넘어
5년간 1번 있었던 3%대 폭락…1년 새 3번
약세장에 무뎌지면서 "1%하락은 급락 아냐" 목소리도 나와
정부 역할론 확대 속 전문가들 "2000선 붕괴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국내 증시가 글로벌 경기하강 우려, 국내 기업들의 실적부진, 환율 불안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겹치면서 1% 이상 하락한 횟수가 2년 전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코스피가 하루 사이 1%대 하락한 횟수는 총 13회로, 10거래일 중 1번 꼴로 1%대 급락한 셈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1월2일 이후 전날까지 코스피가 1% 이상 하락한 횟수는 총 60회로 집계됐다. 2017년 11회에 그쳤던 1%대 하락이 지난해에는 36회로 급증했다. 올해도 13회에 달해 이미 2017년치를 넘어섰다. 2017년에 있었던 1%대 하락도 모두 7월 이후에 진행된 것으로, 상반기 동안에는 1%대 하락이 단 한 번도 없었다.

3% 이상 폭락도 잦아졌다. 국내 증시는 작년 하반기부터 미ㆍ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위축 및 기업들의 실적하락 우려 등으로 1년 사이 3% 이상의 폭락장을 세 차례 연출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3% 이상 폭락은 총 1회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대조적이다.

3% 이상 폭락도 과거에 비해 잦아지다보니 1%대 하락에는 무뎌진 모습이다. 통상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1% 하락을 '급락'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 하락은 급락도 아니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주식시장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대되고 장기화될 가능성, 수입품의 국산화에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등 때문에 큰 폭으로 하락했다"면서 "현재 각국에서는 보호무역이 강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정부 재정의 국내경제 부양효과는 미미하고 이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닥 상황이 더 심각하다. 지난 3년간 코스닥지수가 1% 이상 하락한 횟수는 총 106번이었다. 월별 거래일이 20~23일이라고 가정할 때, 10거래일 중 1.7회꼴로 코스닥지수가 1% 이상 떨어졌다는 얘기다. 올 들어서는 더욱 잦아졌다. 지난 9일까지 22차례나 1%대 하락해 유가증권시장보다 2배 가까이 잦았다.

워낙 역동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유가증권시장보다 지수 등락이 가파르지만, 2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 급락 횟수가 162.5% 대폭 증가해 단순히 '시장의 특수성'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지수를 견인해온 제약ㆍ바이오업종마저 크게 흔들리면서 코스닥시장 내 투자심리는 더욱 약화되고 있다.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에 이어 올해 코오롱 인보사 사태 등으로 제약ㆍ바이오주가 악재에 민감해지며 코스닥 전 업종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민정ㆍ박현욱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닥제약 지수는 2분기에만 17% 급락하는 등 호재와 악재에 의한 주가변동이 과거와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시장이 제약ㆍ바이오 섹터 내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코스피 지수가 상승 출발한 10일 서울 을지로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문가들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증시의 부진은 실적 우려, 일본 수출 규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등에 따른 것으로 이 중 Fed 정책을 제외한 꼬인 실타래는 정부의 적극적은 노력으로 풀어갈 수 있어야한다는 설명이다.

김 연구원은 "미ㆍ중 무역갈등이 국내 자본재, 중간재 수출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미 나타났고,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 및 수출의 위축을 낳을 위험이 크다"면서 "정부 정책이 국내 제조업 안정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게 되면 주식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의 추가적인 '급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코스피 2000선 지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불안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코스피 2000선이 다시 한 번 지지선 테스트를 받겠지만,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존에 발표했던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가능한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는 수준의 금리인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00선도 붕괴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이미 7월 금리인하를 약 95%나 반영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기준치인 25bp(1bp=0.01%포인트) 금리인하조차 나오지 않는다면, 코스피는 2000선을 하회하는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IT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 부진이 예상보다 심화, 장기화되면서 하반기 국내 경기 반등 가능성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ㆍ일 갈등 확산은 국내 경기 반등의 선행 조건인 IT경기 및 수출 반등을 지연시킬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대외내 환경이 우호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 간 차별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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