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경상수지 적자…5년새 40% 급감(종합)

수출 크게 줄어들며 4월 경상수지 적자 전환

2015년 1051억1860만달러 → 2020년 650억달러로 예상

GDP 대비 경상수지 비중은 양호…문제는 '빠른 하락 속도'와 '수출 부진'

경제전문가들 "경상수지 700달러 이상 유지해야…급감시 자본 유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이창환 기자] 지난 4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적자가 배당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지난 수년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5일 '2019년 4월 국제수지(잠정)'를 발표하고 지난 4월 경상수지가 6억6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로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급감했던 2012년 4월(1억4000만달러 적자) 이후 처음이다. 경상수지는 우리나라가 타국과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고 산 결과를 종합한 것을 말한다. 경상수지가 적자라는 것은 우리나라가 타국과 거래해서 벌어들인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적자 원인은 '수출 감소'

경상수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수출 감소로 분석된다. 4월 수출은 483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2% 감소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세계 경기 악화로 인한 교역량 부진으로 인해 수출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4월 수입은 426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며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수출은 줄었는데 수입이 늘면서 4월 상품수지 흑자도 56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기록한 96억2000만달러 대비 41%가량 급감했다.

정부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하며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던 배당소득수지는 적자폭이 작년보다 줄어들며 오히려 개선됐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49억9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기 기록한 63억6000만달러 적자에서 22% 줄었다. 적자가 줄어든 것은 지난해 우리 기업들의 이익이 나빠지면서 배당금 지급 규모가 줄어서다. 지난해 4월에는 배당소득수지 적자폭이 더 컸지만 경상수지는 흑자였던 반면 올해 4월은 배당소득수지 적자폭은 감소했는데 수출 부진으로 상품수지 흑자가 급감하면서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정부는 앞서 이달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언급하며 4월에 몰린 연말결산법인의 배당지급을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배당소득수지 적자 규모가 여전히 역대 3위를 기록할 만큼 크고 계절적 요인이 작용한 만큼 5월에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감안할 경우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월에도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한 상태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15년 정점을 찍고 떨어지는 추세다. 한은의 전망대로라면 내년 경상수지는 5년 전의 60% 수준밖에 안 된다. 올해부터 경상수지 하락 이유가 수출 부진이라는 점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총생산(GDP) 경상수지 흑자 폭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 경우 외국인 자본유출 문제 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5년 사이 경상수지 40% 줄어들어

한은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015년 1051억1860만달러였다. 이듬해 979억2370만달러로 떨어지더니 2017년에는 752억3090만달러까지 하락했다. 당시 경상수지가 떨어진 것은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여행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해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입국하며 서비스수지 적자 폭이 줄자 경상수지도 전년 대비 소폭 반등했으나, 올해부턴 더 크게 꺾일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 4월 발표한 경제전망을 보면 올해 경상수지는 665억달러, 내년에는 650억달러로 줄어든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망은 올해 582억달러, 내년 559억달러로 한은보다 부정적으로 봤다. 올해부턴 상품수지 흑자 폭이 줄어드는 게 주요 원인이라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KDI는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세 둔화와 교역 조건 악화로 흑자 폭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수출이 GDP의 44%(지난해 기준)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로선 치명적이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2015년 경상수지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 평가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려면 경상수지가 700억~800억달러 수준은 유지해야 한다"며 "경상수지 흑자 폭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며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교수 역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경상수지까지 악화되면 자본유출 우려가 생긴다"며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4%라 아직 양호하단 평가도 있지만, 이 비중이 향후 2%대, 1%대로 내려가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수출입 동반 감소가 더 위험

한은은 연간 경상수지 감소 흐름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경계했다. 박 국장은 "우리 흑자의 GDP 비중은 2015년 7.2%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하락하고 있으나, 흑자 비중은 여전히 주요국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기재부 역시 이날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의 경우 올해 들어 수출이 감소하고 있으나 수입도 감소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연간 1000억달러 내외의 흑자가 예상된다"며 "경상수지는 월별 실적보다 기조적 흐름이 중요하며 올해 연간 6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출입 동반 감소 현상은 '경기 둔화' 때문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신 교수는 "수입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는 것은 강력한 경기 둔화 신호"라며 "우리나라처럼 자본재 수입이 많은 국가에서 수입이 줄어든다는 건 투자와 수출도 그만큼 부진할 것이란 의미"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경상수지만 봐도 흑자 규모(112억5000만달러)가 2012년 2분기 이후 27분기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도체 등 주력 상품의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수입도 함께 감소세를 기록하며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 구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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