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저주' 12번홀…'올해의 희생양은 몰리나리'

마스터스 최종일 더블보기 '치명타', 스피스와 매킬로이 '역대 참사 피해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가 마스터스 최종일 12번홀에서 티 샷을 물에 빠뜨린 뒤 실망하고 있다. 오거스타(美 조지아주)=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올해의 희생양은 몰리나리."

올 시즌 첫 메이저 마스터스(총상금 1050만 달러)의 격전지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75야드) 12번홀(파3) 이야기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15일 새벽(한국시간) 이어진 4라운드에서 티 샷한 공이 벙커 턱에 떨어진 뒤 흘러내려 물에 빠지면서 더블보기라는 치명타를 얻어 맞았다. 2타 차 선두에서 우승을 바라보다가 순식간에 공동선두로 밀렸다.

11번홀(파4)까지 버디 1개와 보기 1개를 맞바꾸며 '철벽 수비'를 펼치던 몰리나리에게는 그야말로 메이저 우승이 날아간 순간이 됐다. 13번홀(파5) 버디로 가까스로 1타를 만회했지만 15번홀(파5)에서 80야드 거리의 세번째 샷이 나뭇가지를 맞고 또 다시 워터해저드로 날아가는 불운이 겹쳤다. 결국 2오버파의 난조로 공동 5위(11언더파 277타)까지 순위가 뚝 떨어졌다.

12번홀이 바로 매년 우승후보들의 발목을 잡는 최대 승부처다. 2015년 챔프 조던 스피스(미국)가 대표적이다. 2016년 최종일 공을 두 차례나 수장시키며 '쿼드러플보기 참사'를 당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역시 2011년 4타 차 선두로 출발한 마지막날 '4퍼트' 더블보기로 자멸한 아픔이 있다. 현지 언론은 "1931년 아메리칸 인디언의 무덤이 발견됐다"며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난다"는 미신까지 소개했다.

15번홀은 2017년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지난해 타이틀방어전 첫날 무려 8오버파 13타의 수모를 당한 홀이다. 이름도 생소한 '옥튜플보기(Octuple Bogey)'다. 상대적으로 쉬운 홀이라는 게 흥미롭다. '부활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이날 티 샷한 공이 왼쪽으로 크게 휘다가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로 들어오는 행운이 따르면서 '2온'에 성공해 가볍게 '2퍼트 버디'를 솎아냈다.

우즈에게는 우승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12번홀 파로 자신감을 얻은 뒤 13, 15번홀 '징검다리 버디'로 1타 차 선두로 올라섰고, 16번홀(파4) 버디를 보태 2타 차로 달아나면서 추격자들의 의지를 꺾었다. 18번홀(파4)에서 티 샷 미스로 '3온 2퍼트' 보기를 범했지만 그린 재킷을 입는데 지장이 없었던 이유다. 마스터스는 "오직 신(神)만이 우승자를 점지한다"는 속설이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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