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김은별특파원
'금융위기 소방수 3인방'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등이 전미경제학회(AEA) 토론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시스템 파괴…차이나 리스크 주목= 학회에 참석한 경제석학들의 상당수는 미국 경제는 우려할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다. 위험 요소를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해결사로 나섰던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은 '금융위기 10주년' 공동인터뷰에서 "금융위기 이후로 우려되는 부분들은 상당수 중국에서 촉발됐다"며 "중국의 성장률은 여전히 높지만 우려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문제는 블랙박스처럼 앞으로 어떻게 커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라며 "미국 역시 간접적으로 연계돼 있어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도 '중국 리스크'를 꼽았다. 해싯 위원장은 '세금과 경제' 세션에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감속하는 것은 정부당국이 주도하는 기존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미국의 경기침체 확률은 제로(0)"라면서 미 경제에 대한 강한 낙관론을 펼쳤다. 해싯 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은 생산적인 대화를 진행 중"이라면서도 "중국과의 협상에 인위적인 마감시한(Artificail Deadline)은 없다"고 기자와 만나 말했다. 90일간 계속된 미중 무역협상이 7~8일 양국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결론없이 끝나더라도 연장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H.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는 '미ㆍ중 무역갈등을 행동경제학으로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변수를 제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세일러 교수는 "보통은 이성적인 상황에서 설명이 가능한 경제학 논리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며 "넛지(Nudge)로 설명하려면 우리 대통령을 빼고 얘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소 농담조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갈등을 장기화시키는 요인이라는 뉘앙스로 읽힌다.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리처드 H. 세일러 시카고대 교수
◆달러 주도의 시대…커지는 신흥국 자본유출 우려= 데이비드 립턴 IMF(국제통화기금) 수석부총재는 최근 글로벌 경제를 '협력보다는 경쟁과 분열로 기울어지는 추세'로 정의했다.아담 포센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장은 "국가주의가 강해지는 상황에서 통합만 외칠수는 없다"고 말했고, 크리스틴 포브스 MIT교수도 "경제학자들이 통합을 추천해왔는데 통합만 외치기에는 지금 상황에선 타격받는 국가들이 너무 많다"며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 경제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포브스 교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번 학회에 달러가 각국 통화에 미치는 영향, 미중간 무역전쟁과 통화약세와의 관계 등의 분석을 들고 나왔다. 500개 안팎 세션 중 중국 관련 보고서만 110건에 달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부채가 달러에 미치는 영향, 중국 경제지표를 이용해 통화가치를 분석하려는 보고서 등이 주목받았다.IMF의 첫 여성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지난해 선임된 기타 고피나스 하버드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각국 통화가 달러대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예측하는 조사로 눈길을 끌었다.에마뉘엘 파리 하버드 경제학 교수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금융, 상품시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한 세션도 인기를 끌었다. 파리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불안정성을 연구하는 프레임워크 자체가 없었다"며 "무역전쟁이 지속되고 미중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두(콩) 등을 포함한 상품가격 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가 불안정할 경우 상품가격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쳐볼 수 있는 수식을 발표했다.